이재명, '양문석 사과했다…국민의힘은 비판할 자격 없어'

'노무현은 불량품' 칼럼 쓴 양문석에 대해
이재명 "사과 필요하지만 기준 동일해야"
"5·18 폄훼, 친일 발언이 진정한 막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양문석 후보 사퇴 여부와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내세우며, 후보 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경기 안산시갑 선거구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하는 양 후보는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에 비유한 칼럼을 써 당 안팎에서 비판받고 있다.

이 대표는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중 양 후보의 거취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양 후보)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다"며 "답을 하지 않는 것도 답"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굳이 물으시니까 한 말씀 드리겠다"며 "모든 판단의 기준은 국민의 눈높이"라고 말했다. 이어 "5·18을 폄훼하거나 친일 발언을 하는 등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이 의심되는 발언이야말로 책임을 물어야 할 막말"이라며 "양 후보 발언은 지나쳤고 사과를 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책임을 물을지는 국민께서 판단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연극 '환생경제'를 언급하며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그는 "환생경제를 검색해보라"며 "그들은 막말로 쌍욕을 해가면서까지 노 전 대통령을 비난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어떤 사람도 다 노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언사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지만, 최소한 국민의힘은 그럴 자격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가 언급한 연극 '환생경제'는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이 지난 2004년 8월 전남 곡성에서 선보인 연극이다. 해당 연극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들로 구성된 '극단 여의도'가 준비한 연극으로, 노 전 대통령이 경제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비판을 주요 내용으로 삼고 있다.

기자들이 양 후보에 대한 질문을 두 차례 더 이어가자 이 대표는 "다른 질문을 부탁한다"고 답변하다 급하게 기자회견을 종료하기도 했다. '막말' 후보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민주당이 양 후보에 대해서는 후보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날 마포구갑에 출마하는 이지은 전 총경과 마포구을에 출마하는 정청래 최고위원 지원차 마포구를 방문해 강력한 지지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 종료 후 마이크 없이 후보 지지 연설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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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이 대표의 발언은 범야권 비례연합 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대한 지지 호소와 '배신의 정치'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뤘다. 그는 "이때까지 이 얘기를 안 했는데 하겠다"며 "우군이 많으면 좋지만 아군이 더 많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권심판론'을 공유하는 조국혁신당을 '우군'에 비유해 조국혁신당의 약진을 우회적으로 견제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배신하는 정치는 기본적으로 인정받기 어렵다"며 "한 번 배신하면 또 배신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전 총경에 대항하는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를 겨냥한 말로 풀이된다. 조 후보는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에 참여했던 시대전환 출신이지만, 시대전환과 국민의힘이 합당하면서 제22대 총선에서 마포구갑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한다.

한편 이날 이 대표가 자리를 뜬 직후 '플로깅(산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행위)'을 하던 조 후보 지지자와 현장에 남아있던 민주당 지지자가 마주치면서 약 5분간 대치가 이어지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조 후보 지지자를 향해 "배신자"라고 지칭하고 조 후보 지지자들은 "조정훈"의 이름을 연호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 일대에서 민주당 지지자와 조정훈 국민의힘 후보 지지자가 대치하고 있다. /사진=오지은 기자

정치부 오지은 기자 joy@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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