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생각이 정리되고 명상도 된다." 가수 설현이 직접 밝힌 필사의 매력이다. 설현은 최근 MBC TV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 출연해 "지난해 초 필사를 시작해 벌써 6권이 넘는 책을 필사하는 등 하루의 습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그 뿐 아니라 메이크업 와중에도 책을 읽으며 독서에 대한 열정을 보인 르세라핌 허윤진도 이 프로그램 방송 대기 시간에 필사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유명 연예인들이 필사에 푹 빠졌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들이 필사한 책을 찾는 이들도 생기는 등 필사의 매력도 널리 알려지고 있다. 필사(筆寫)는 말 그대로 글자를 ‘베껴 쓴다’는 뜻이다. 대상은 좋아하는 소설이나 시의 문구, 유명인들의 연설문, 오래된 고서, 학술적인 내용을 다룬 논문 등 제한이 없다.
필사를 즐기는 고전학자인 박수밀 한양대 교수는 "손으로 글씨를 쓰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가 있다"며 "머리가 좋아지고 생각하는 힘을 키우며 차분한 정서를 가지게 된다"고 강조한다. 설현이 밝힌 것처럼 명상과 생각 정리 등 마음의 근육을 단련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컴퓨터 자판이 익숙해진 시대에 연필을 다시 드는 건 따로 마음먹어야 하는 일이 돼버렸다. 글쓰기 전문 강사인 이동영 작가는 "우선 매일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정해진 분량만큼의 글을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써보라"고 조언했다.
필사에는 다양한 건강 증진 효과도 있다. 글씨를 쓰면서 배우면 읽기도 빨리 배울 뿐 아니라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정보를 얻는 능력이 더 뛰어나게 된다. 카차 페더 캐나다 오타와대 재활치료학과 교수는 암기보다는 노트 필기가 뇌를 더 활성화해 공부한 내용을 더 쉽게 떠올릴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고연령층에서 손을 많이 사용하는 취미를 가진 사람의 기억력 손상이 40%가량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뇌 건강 및 인지능력 분야 석학인 아서 크레이머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읽기는 이해를 위해 여러 두뇌 활동이 이뤄지는 복합적인 활동"이라며 "이를 직접 필사한다면 기억력 증진에 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꾸준함을 강조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일주일에 3번, 혹은 일주일에 150분 이상 등 꾸준하게 활동하기 위한 기준을 정해두고 실천하는 게 좋다"며 걷기와 쓰기 등을 지속해서 뇌를 자극한다면 뇌 건강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