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주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지난달 새로운 혁신가전 '세탁건조기'에서 정면승부를 펼친 데 이어, 이번 달엔 신형 프리미엄 TV 라인업을 동시에 공개하며 맞붙는다. 두 회사는 수익성이 낮은 중저가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의 비중을 줄이고 프리미엄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초대형 TV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모양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오는 15일 '3세대 인공지능(AI) 8K 프로세서'를 탑재한 '네오(Neo) QLED 8K'를 비롯한 2024년형 TV 신제품을 출시한다. 2024년형 네오 QLED 8K는 512개의 뉴럴 네트워크를 가진 '3세대 AI 8K 프로세서'를 탑재, 저화질 콘텐츠를 8K 화질로 선명하게 바꿔주고 AI 딥러닝 기술로 영상 왜곡을 줄여준다. 음성만 분리해 대화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삼성전자 2024형 Neo QLED 8K 85형 제품. [사진제공=삼성전자]
LG전자는 이에 앞서 오는 13일 2024년형 LG 올레드 TV와 QNED TV를 국내에 출시한다. 2024년형 'LG 올레드 에보' 시리즈에는 기존 대비 4배 향상된 AI 딥러닝 성능을 갖춘 '알파11 프로세서'가 적용됐다. 기존에는 프레임 단위로 영상을 분석했다면 알파11 프로세서는 프레임 내 픽셀 단위로 화질을 보정한다. 넷플릭스와 애플TV+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콘텐츠까지 실시간으로 업스케일링하는 기능은 LG TV 중 최초다. 빗소리 등 주변 음향을 담당하는 2개 채널이 추가되는 등 음향도 강화했다.
두 회사는 TV의 고급화와 대형화 추세에 맞춰 전략 변화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TV 시장 침체와 별개로 'TV는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에 따라 초대형·프리미엄 TV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전체 올레드 TV 시장에서 75형 이상 초대형 TV가 차지하는 금액 비중은 25%를 넘어섰다. 75형 이상 초대형 TV가 차지하는 출하량 비중 역시 13.3%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파리 올림픽과 2024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어 프리미엄 TV를 중심으로 TV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TV 출하량은 전년(2억135만대) 대비 1.8% 증가한 2억504만대로 예상된다. 이중 OLED TV 예상 출하량은 629만대로, 전년(557만2600대) 대비 12.9%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 2024년형 LG 올레드 TV 모습. [사진제공=LG전자]
이들 회사는 침체된 가전 시장을 타개하기 위해 연초부터 다양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경쟁하고 있다. 지난달엔 이틀 차이로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나란히 출시했다. 지난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 박람회 'IFA 2023'에서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선보였는데 국내 출시 시기 역시 비슷하게 겹친 것이다.
에어컨도 LG전자가 2024년형 'LG 휘센 오브제컬렉션 타워' 신제품을 출시하자 한달여 후 삼성전자가 2024년형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갤러리'와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벽걸이' 신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선청소기 역시 LG전자가 'LG 코드제로 A9 에어(Air)'를 출시한 3일 후 삼성전자가 '비스포크 제트 AI' 스틱 청소기를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