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천자]김웅기 회장의 '세상은 나의 보물섬이다'<2>

편집자주의류 제조 및 수출을 전문으로 해온 세아상역은 단 한 번의 적자도 없이 37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중국을 비롯해 사이판, 베트남, 인도네시아는 물론 과테말라, 멕시코, 니카라과, 아이티, 코스타리카, 엘살바도르 등 중미 여러 국가에 진출해 사업을 펼친 결과 세계적인 패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으로 등극했다. 글로벌세아는 기업의 존재 이유를 남다른 사회환원 활동으로 증명해왔다. 최악의 지진과 폭력으로 폐허가 된 아이티를 다들 외면할 때, 묵묵히 산업단지를 만들고 '세아학교'를 세워 10년 넘게 유·초·중·고 무상교육을 실시해왔다. 아이티에서 만난 영화배우 숀 펜의 자선사업에 동참해 거액을 기부하고 최근까지 의류, 구호품, 건축 등으로 우크라이나 재건을 돕고 있다. 글자 수 799자.

오랜 시간 회사를 경영하면서 비즈니스와 관계된 분들을 주로 많이 만났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만났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내가 일부러 만나지 않은 유형의 사람들도 있다. 나는 평생 정치권에 줄을 서는 것이나 줄을 대는 것을 경계했다. 그런 이유로 설혹 동문이나 가까운 지인이라도 정치에 입문하는 순간부터 나는 그를 잊고 멀리했다.

나는 기업가로 살아왔고 철저히 기업인으로 기억되고 싶다. 경건한 마음으로 사업에 임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더라도 두려운 마음으로 그 시간을 보내곤 했다. 기업활동은 경쟁 그 자체다. 나는 악한 경쟁이 아닌 선한 경쟁을 하고 싶다. 악의적인 사고와 행동이 아닌 선한 사고와 행동으로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

기업이 정치와 역이면 결탁하기 쉽고 그렇게 되면 선한 경쟁을 잃는다. 나는 선한 경쟁을 잃는 것이 두렵다. 아니, 그보다는 결탁이 더 두렵다. 사람 관계는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공존할 수 있다. 사는 방법과 목적이 다른 인연과 섞이고 결탁하면 인연은 악연이 될 수 있다. 나는 37년 동안 사업을 하면서 연대보증을 부탁하지도 않았고 반대로 그런 부탁을 들어주지도 않았다. 내가 잘못되었을 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이 싫었고 다른 사람 때문에 내가 피해를 보는 것도 싫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인연도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계속된다. 너무 가까워지면 단점은 보이지 않고 장점만 보인다. 혹은 반대로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전자든 후자든 서로의 장단점을 함께 정확히 보지 못하게 되면 공존의 원칙이 무너진다. 공존하지 못하면 결국 인연이 끝나거나 악연이 된다.

-김웅기, <세상은 나의 보물섬이다>, 쌤앤파커스, 1만9800원

산업IT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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