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조기자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조성 사업이 16개월 만에 재개되면서 현지 재건 사업에 한국 기업 진출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는 이라크 내 추가 신도시 개발 사업에 정책 자금 투입 등 단계별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박상우 국토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이 지난 25일 이라크에 발을 들였다. 박 장관 취임 후 첫 해외 출장 행보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재개 기념식에는 발주처인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의 하이데르 모하메드 마키야 의장도 참석했다.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동남 측 일대에 주택 10만가구와 사회기반시설(SOC)을 짓는 프로젝트로, 도시 전체를 패키지 수주한 우리나라 첫 신도시 수출 사례다. 총사업비는 14조원에 달한다. 한화 건설부문이 2012년과 2015년 각각 주택 건설과 SOC 건설 공사를 따내 진행했으나, NIC가 공사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않아 2022년 10월 이후 중단 상태였다.
사업 재개에는 지난해 1월 장관급 수주지원단 파견을 거쳐 6월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건설 활성화 지시에 따라 6년 만에 열린 양국 공동위원회가 주효했다. 그해 9월 장관급 초청 면담과 양국 정상회담 등의 정부 지원도 더해졌다.
NIC는 한화 측에 미수금 6억2900만달러(약 8400억원) 중 2억3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지급했다. 이에 따라 한화 건설부문은 사업을 재개해 총 10만가구 중 3만가구 건설을 완료한다. 사업 전면 재개는 나머지 미수금을 받아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장관은 NIC 의장과 면담에서 "이라크 정부의 사업 재개 의지를 잘 알고 있다"며 "사업이 차질 없이 추진될 수 있도록 이라크 측이 지속해서 협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박 장관은 한국의 신도시 개발 경험과 스마트시티 기술을 언급하며, 비스마야 신도시를 모델로 한 이라크 15개 후속 신도시 프로젝트에도 한국 기업이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라크는 수도 및 중부 6곳, 남부 4곳, 동부 2곳, 서부 3곳 등에서 최대 15개의 추가 신도시를 계획 중이다.
국토부는 이들 신도시 개발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 간 협력을 통한 사업 발굴부터 공적개발원조(ODA), 정책자금 지원까지 단계별로 지원할 계획이다.
현재 이라크에서는 비스마야 신도시 외에도 대우건설이 2014년부터 방파제, 터미널, 연결도로 등 알포 항만 후속 공사(20억달러)를 수주하고 있다. 라자크 무하이비스 알 사다위 이라크 교통부 장관은 박 장관과 면담에서 항만 인근의 석유화학단지, 발전소 등에도 한국 기업이 투자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사다위 장관은 이라크 재건을 위한 170억달러 규모의 철도·도로망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했다.
이에 박 장관은 "도로·철도 경험이 많은 한국 정부와 기업이 한 팀이 돼 이라크의 야심 찬 프로젝트에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는 "전 세계 개발도상국의 인구 증가 및 도시화로 해외 도시 개발 사업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취임 후 선언한 해외건설 패러다임 전환의 첫 성과가 이번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재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기업이 이라크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도시 개발 사업에 적극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앞장서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