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널뛰는 테마주…유명무실 '조회공시제도'

테마편승 주가급등 "중요 정보 없다"
조회공시제도 실효성 높일 때
일부 상장사 테마 연관성 부인

종합유선방송 사업자 씨씨에스충북방송 주가가 이달 들어 375% 급등했다. 지난달 말 1109원으로 거래를 마쳤으나 16일 주가는 5270원으로 뛰었다. 이 기간 여섯번의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8일 거래량은 1억1000만주를 넘어섰다. 씨씨에스 발행 주식 수 5600만주의 2배에 달하는 규모다.

초전도체 테마가 기승을 부리면서 씨씨에스를 비롯해 신성델타테크, 서남, 덕성, 파워로직스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 다음 달 4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리는 미국물리학회 연례회의에서 초전도체 주장 물질 'PCPOSOS' 실험 결과가 공개된다는 소식이 투자심리를 자극한 결과다.

한국거래소가 씨씨에스와 신성델타테크를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지만 과열 양상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고위험 고수익)'을 바라는 투기성 자금은 계속해서 몰려들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도 초전도체 테마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가 적지 않다. 하지만 테마주 투자 열기는 지난해보다 뜨거워졌다.

현행 경고 시스템만으로는 부족하다. 조회공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 씨씨에스에 대해 시황 변동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적지 않은 시장 참여자가 초전도체 테마 기대감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졌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이튿날 씨씨에스는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조회공시 제도는 공정한 거래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상장사에 중요한 정보의 유무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는 제도다. 주가 변동과 관련해 조회공시를 요구받은 상장사는 요구받은 다음 날까지 답변해야 한다. 사실상 테마주에 편승해 주가가 급등했을 때 대다수 상장사는 중요정보가 없다고 답변한다. 금융투자업계는 현행 제도상 일부 중요 내용에 대해서만 답변 의무를 규정하면서 제도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했다.

일부 상장사는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며 시장에서 궁금해하는 내용을 자발적으로 알리고 있다. 덕성은 지난해 8월 초전도체 테마에 편승해 주가가 급등할 당시 조회공시를 요구받았다. 답변을 통해 "최근 초전도 기술 등과 관련해 주가가 급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현재 당사에서는 이와 관련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덕성과 함께 조회공시 요구를 받은 서남은 "시황변동과 관련해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답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주식시장에서 서남이 초전도체 관련주로 여겨져 집중되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다"며 "현재 상온 상압 초전도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연구기관과는 어떠한 연구 협력이나 사업 교류가 없었음을 안내해 드린다"고 알렸다.

규정에서 정하지 않은 내용을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알리고 주가 급등세가 멈추거나 하락 반전하면 개인 투자자의 항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한다.

중요 정보가 없다고 밝혀도 제도 위반이 아닌 상황에서 상장사 스스로 나서게 하는 것은 조회공시 제도를 만든 취지에 어긋난다. 공정한 거래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다면 조회공시 제도 효용성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으로 넘어갈 문제는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 테마주가 기승을 부릴 수 있다. 해당 테마와 연관성을 비롯해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때다.

증권자본시장부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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