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최애' 공물'…日 '오시초코' 열풍

"최애 아이돌 멤버·캐릭터에 바쳐"
연인에게 주던 초콜릿 대폭 감소

밸런타인데이를 맞은 일본에서는 올해 연인을 위한 초콜릿이 아닌,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멤버나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위해 초콜릿을 준비하는 '최애 초콜릿(推しチョコ·오시초코)' 열풍이 불고 있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한 소비로 밸런타인데이의 판도를 바꿔놨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14일 TBS는 도쿄 중심가 긴자 등의 상점가를 돌며 올해 밸런타인데이 키워드로 급부상한 오시초코에 대한 이야기를 보도했다.

메리 초콜릿 컴퍼니가 출시한 오시초코. 아크릴판과 초콜릿에 최애 사진을 인쇄해 붙이면 된다.(사진출처=메리 초콜릿 컴퍼니)

오시초코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캐릭터에게 주는 초콜릿을 준비한다는 콘셉트로, 고객이 직접 꾸밀 수 있도록 한 DIY 상품이다. 이를 정식 발매한 메리 초콜릿 컴퍼니에서는 오시초코를 즐기는 방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먼저 최애를 열심히 생각한다. 그리고 최애의 가장 잘 나온 사진이나 이미지를 선택해 초콜릿 크기에 맞게 인쇄한 뒤, 초콜릿 포장지 중 어느 곳에 붙일지를 고민한다. 알맞은 곳에 붙인 뒤 동봉된 스티커를 사용해 장식한다. 마지막으로 완성된 초콜릿을 보며 최애와 나의 행복을 빌면 된다.

최애에게 전달할 방법이 마땅치 않거나, 최애가 2차원에 존재해 만나기 어려운 경우 완성된 초콜릿 사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하면 된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또 다른 팬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메리 초콜릿 컴퍼니에서는 팬덤이나 최애를 대표하는 색상이 있다는 점도 고려해 포장지의 색깔을 9가지로 달리해 고객들의 선택지를 대폭 넓혔다.

오시초코를 바치고 사진을 찍은 뒤 행복을 기원하는 모습.(사진출처=닛테레)

스타일도 제각기 다르다. 같은 회사에서는 사람 모양 초콜릿이 분홍색 구슬 초콜릿 더미에 빠진 모습의 오시초코를 별도로 출시했는데, 회사에서는 "사랑이 너무 깊어 초콜릿의 늪에 가라앉은 모습을 형상화했다. 아크릴 스탠드를 앞에 놔두면 최애에 늪에 완전히 빠질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오시초코는 이처럼 다양한 형태로 출시돼 현재 백화점부터 저렴한 물건을 판매하는 100엔 숍까지 곳곳에서 볼 수 있는데, 일부 지점에서는 물량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시초코의 등장은 밸런타인데이의 판도를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백화점 그룹인 JR타카시야마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밸런타인데이 의식 조사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 초콜릿을 왜 구매하느냐에 대한 질문에 '최애를 위해'가 12%를 기록했다.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4%)나 '직장 동료 등 의리를 위해'(3%) 라는 이유를 크게 앞지른 것이다. 예전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구매하는 초콜릿이었다면, 이제는 온전히 자신을 위한 소비에도 지갑을 열게 됐다는 것이다.

JR타카시야마 관계자는 "올해는 자신을 위해 구매하는 초콜릿에 얼마를 쓸 것이냐를 묻는 질문에 '금액을 신경 쓰지 않는다'는 답변이 가장 높게 나왔다"며 "자신에 대한 보상으로 밸런타인데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다양한 오시초코들.(사진출처=X)

앞서 2018년에는 고디바 재팬이 니혼게이자이신문(니케이)에 직장 내 관계를 위해 억지로 초콜릿을 준비하는 밸런타인데이 문화를 비판하며 "일본이여, 의리 초콜릿을 그만두자"라는 광고를 게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경제 전문 매체 도요게이자이는 "행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에서는 공휴일, 행사 등 기념일에 무언가를 주는 풍습이 뿌리 깊다"며 "다만 머지않아 밸런타인데이에 이성이 초콜릿을 주는 관습은 없어질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밸런타인데이 판매 경쟁에 피폐해지거나, 라이프 스타일에 맞지 않는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다. 향후 업계가 어떤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이슈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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