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은주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출산 지원에 앞장서는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지원 방안 마련을 지시함에 따라 정부는 기업의 출산지원금에 과도한 세금이 붙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검토하고 나섰다. 부영과 같은 형태로 파격적인 출산 혜택을 제공한 기업에 지원금을 경비로 인정하는 것은 물론 추가적인 세액공제 혜택까지 열어놓고 다양한 인센티브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14일 기업의 파격적인 출산과 양육 지원책에 대한 법인세와 근로소득세 감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전날 직접 강력한 혜택을 주문한 만큼, 재정 당국으로서 당장의 세수 감소가 있더라도 세제 혜택 방안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 관계자는 “모든 방안을 열어놓고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선 기재부는 부영처럼 출산장려금을 ‘자녀’에 대한 증여 형태로 지급한 경우에도, 법리상 회사의 ‘경비’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 있다. 지난주 부영은 2021년 이후 출산한 임직원 70여명에게 ‘자녀에 대한 증여’의 형식으로 1억원씩 출산장려금을 지급했다. 출산장려금이 ‘근로소득’으로 잡힐 경우, 직원들이 소득세와 지방세로 최대 4180만원의 세금을 납부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한 조치였다. 세법상 증여세(10%)를 적용받으면 직원이 납부해야 하는 세금은 1000만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
기재부가 지난달 말 입법예고한 소득세, 법인세법 시행령은 근로자의 출산과 양육지원금을 경비로 추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행 세법에서는 장려금을 증여의 형태로 지급할 경우, 회사 입장에서 증여를 비용으로 처리할 수 없다. 시행령이 통과되면 장려금을 지급한 경우 기업은 법인세 부담을 덜 수 있다. 다만 해당 규정은 ‘근로자’에 대한 출산지원금일 경우에 한해 비용 처리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기재부는 부영 사례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두고 내부 검토를 진행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부영에 대한 해석을 토대로) 세부담을 어떤 식으로 경감해주는 것이 적합한지를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기업에 대해 경비 인정 외에도 세액공제 혜택을 추가적으로 제공할 가능성도 논의되고 있다. 기재부의 또 다른 관계자는 “연구개발(R&D)의 경우 연구원 등에 대한 인건비와 재료비 등에 대해 비용 처리를 해주는 동시에, (일정한 조건에 따라)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다”고 귀띔했다. 윤 대통령이 파격적인 출산장려금을 지급한 기업에 강력한 혜택을 주문한 만큼, 비용 처리뿐 아니라 추가적인 세제 혜택도 함께 마련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의미다.
최근 들어 여러 기업에서 출산 장려 문화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세액공제를 포함해 파격적 혜택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로 부영뿐 아니라 사모펀드 운용사 IMM도 출산 직원에게 일시금 1000만원과 함께 자녀가 취학 연령이 될 때까지 매월 5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김완일 세무법인 가나의 대표 세무사는 “비용 처리뿐 아니라 세액공제 혜택이 추가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그만큼 또) 저출산 등을 위해 지원할 여력이 생긴다”면서 “기업과 국가가 함께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부담을 나눠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출산장려금에 대해서는 세금을 나눠 내거나 납부 시점을 이연하는 방안 등도 함께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