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영화 '도그 데이즈'에서 완다는 반려견이다. 주인 민서(윤여정)가 의식을 잃고 구급차에 실리면서 혼자가 된다. 완다는 운 좋게도 비슷한 처지의 새 주인을 만난다. 보육원에서 선용(정성화)·정아(김윤진) 부부에게 막 입양된 딸 지유(윤채나)다. 완다에게 '사랑'이라는 새 이름을 부여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완다는 그런 지유 옆에 달라붙어 있지만 민서를 잊지 않고 있다. 어느 날 불현듯 현관문으로 뛰쳐나간다. 민서가 밖에 있다는 걸 본능적으로 직감한다. 컹컹거림은 이내 하울링에 가까운 행복한 소리로 바뀐다. 바닥에 네 발을 미끄러트리더니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민서의 품으로 뛰어들어 얼굴을 마구 핥아댄다. "어이구, 완다야. 알았어, 그래."
보호자를 향한 개의 사랑은 1만5000년 전부터 지속됐다. 오래도록 역사를 공유하며 인간과 긴밀하게 엮였다. 그 방식을 이해하기 시작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1990년대 후반 많은 연구자는 개가 수천 년 동안 인간 가까이 살면서 인간의 의도를 이해하는 자신들만의 방식을 발전시켰고, 덕분에 두 종 사이에서 풍부하고도 세심한 의사소통이 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개의 행동과 지능을 일에 이용하거나 거기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지금도 여전히 많은 지지를 얻는 이론이다. 그러나 적잖은 실험에서 이런 능력은 번번이 신기루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렇다고 특별한 능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개는 다른 동물과 달리 지금도 다른 종의 구성원과 애정 어린 관계를 형성하는 데 열정적이다. 만약 인간 중에서 그런 능력을 보이는 존재를 목격한다면 대개는 그를 이상하게 보고 심지어는 병적이라고 여길 것이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런 비정상적 행동을 '초사회성'에 맞춰 해석한다. 동물과 그들의 복지를 마음 깊이 염려하는 사람들은 단순하게 생각한다. 바로 완다의 새 이름이기도 한 '사랑'이다.
개는 우리를 사랑함으로써 상호성 하나만을 요구한다. 많은 인간은 이 유서 깊은 상호 흠모의 역학을 뒷받침하는 과학을 전혀 모르면서도 기꺼이 개의 요구에 응해준다. 더 많이 쓰다듬어 주고, 덜 외롭게 하며, 끈끈하게 연결된 관계망 속에서 살아갈 기회를 준다. '도그 데이즈'에 나오는 인물들도 다르지 않다. 하나같이 노골적으로 베푸는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자신들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개에게 사랑받는 일을 크나큰 특권으로 여기며 그럴 만한 자격이 있음을 차례로 증명해 보인다.
'알고 보면' 좋을 정보를 두서없이 전달한다. 영화를 흥미롭게 관람하는 팁이다.
*전 세계 개의 수는 10억 마리에 약간 못 미친다는 게 일반적인 추론이다. 이중 약 3억 마리는 인간의 가정에서 반려동물로 살아간다. 북아메리카, 북서부 유럽, 오스트랄라시아(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서남 태평양 제도) 같은 지역에서는 인간의 집 밖에서 사는 개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곳을 제외해도 지구에는 중남미, 아프리카, 동·남유럽, 아시아 등을 포함하는 넓은 면적이 남는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많은 개가 인간이 사는 네 개의 벽이 있는 공간 밖의 야외에서 살아간다.
*인도에는 엄청나게 많은 떠돌이 개가 있다. 쓰레기더미를 뒤져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 여기저기에 똥을 싼다. 대부분은 건강하지 않다. 광견병을 포함한 심각한 질병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여전히 광견병으로 연간 약 2만 명이 사망한다. 희생자 대부분은 무시무시한 질병을 개들에게서 얻는다.
*비극적이게도 인도에서는 사람들이 떠돌이 개를 죽이는 일이 드물지 않다. 때로는 의도적으로 독을 먹이거나 때려서 죽인다. 많은 개가 교통사고로 의도치 않게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은 음식과 피난처를 제공하면서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개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은 매우 예측할 수 없는 대상인 셈이다.
*과학자 찰스 다윈은 개들과 함께 있는 걸 좋아했고, 그중 하나와는 거의 떨어져 있는 법이 없었다. 에마 타운센드가 쓴 '다윈의 개'에 따르면 성인이 되고 나서 자신의 충성스러운 개와 함께 지내지 않았던 유일한 기간은 '비글'이라는 이름이 붙은 배를 타고 세계 일주 여행을 했던 5년뿐이었다.
*다윈은 개가 인간 동반자를 향해 강렬한 감정을 품는 경향을 지닌 정서적인 존재라고 봤다.
*이반 페트로비치 파블로프는 개가 음식을 기대할 때 입안에 침이 분비된다는 사실을 입증한 과학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아일랜드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는 "지나가는 경찰관도 개에 관해 그 정도는 말해줄 수 있다"고 반응했다.
*학생들은 파블로프가 그의 개들에게 음식을 주기 전에 종을 울렸다고 배운다. 실제로는 종을 사용한 적이 없다. 종(Bell)은 버저를 의미하는 러시아어의 오역이다.
*개의 애정에 관한 첫 설명은 문자가 만들어졌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 전 고대 그리스 니코메디아의 아리아노스는 비교 대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감정적이고 강렬한 글귀를 적었다. 철학자이자 역사가이자 군인이었던 그는 알렉산더 대왕의 공훈에 대한 연대기를 써서 명성을 얻었다. 나이를 먹고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했을 때 마음은 가깝게 지냈던 로마 황제 하드리아누스나 다른 인간 친구들을 향해 있지 않았다. 자기가 기르던 개인 호르메를 더 생각했다. "세상에서 가장 온순하고 인간을 너무도 좋아하며, 지금까지 내가 키웠던 그 어떤 개보다도 나와 함께 있기를 갈망한다. (중략) 그 개는 김나지움(그리스의 체력단련장)까지 나를 바래다주고, 내가 운동하는 동안에는 가만히 앉아 기다리며, 돌아갈 때면 앞서 걸어가면서 혹시라도 내가 길을 벗어나 사라지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느라 자주 뒤돌아보는데, 내가 뒤에 있다는 걸 확인하면 미소 지으며 다시 앞서 걸어간다. (중략) 아주 짧은 시간이라도 우리가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면, 마치 환영하는 것처럼 위아래로 가볍게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애정을 드러내면서 인사를 하듯이 컹컹 짖는다. (중략) 따라서 나는 먼 미래에도 이 개가 살아남게끔 하기 위해 이곳에 이름을 적어두는 것을 망설이지 말아야 한다. 즉, 아테네의 크세노폰에게는 매우 빠르고, 매우 영리하며, 참으로 훌륭한 호르메라는 이름의 개가 있었다."
*인간과 개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나타내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4000년 전 고대 이집트 무덤에 적힌 비문이다. 단 예순네 단어로 적은 이 간단한 기록은 개가 어떻게 사람을 대하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단어들이 돌에 새겨진 채로 수천 년 동안 살아남았다는 그 사실 자체가 고대부터 이어져 온 우리 두 종 사이의 애정을 엿볼 수 있게끔 해준다. "국왕을 경비하던 개. 그의 이름은 아부티유다. 국왕 폐하는 그를 매장하고 왕실 국고로 관을 제작하고, 훌륭한 리넨(아마의 실로 짠 얇은 직물)으로 풍성하게 안감을 대고 향을 피우라고 명하셨다. 폐하는 향유 연고를 하사하고, 일단의 석공에게 그를 위한 무덤을 지으라고 명령하셨다. 폐하는 그의 명예를 기리고자 그렇게 하셨다."
*현대인은 늑대는 크고 두려운 동물, 개는 훨씬 작고 온순한 동물로 생각한다. 개가 처음 인류 역사에 등장했던 오래전에는 이런 차이점이 그다지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기원에 관해 자주 반복되는 한 가지 이야기는 선조들이 사냥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가장 우호적인 늑대 새끼를 입양해 키우면서 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를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은 18세기 프랑스 자연주의자 조르주 퀴비에다. 여러 세대에 걸쳐 한 배에서 난 새끼 가운데 가장 온순한 새끼를 다음 세대의 부모로 선택함으로써 그 동물이 점차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개로 만들어졌으리라는 이론을 세웠다. 이 설명은 오늘날 많은 사냥꾼이 개를 유력한 조력자로 여긴다는 사실로 지지를 얻는다.
*레이 코핑어는 개의 기원이 사냥꾼의 조력자였다는 생각에 최초로 균열을 낸 사람이다. 그는 이 이론을 경멸을 담아 '피노키오 가설'이라고 불렀다. 거짓말을 하면 길어지는 피노키오의 코 때문이 아니라 가난한 장인 제페토가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꼭두각시 인형인 피노키오를 만들었던 그 초반의 이야기 때문이었다. 그는 아내 로나 코핑어와 함께 '개: 개의 기원, 행동, 그리고 진화에 관한 새로운 이해'라는 매우 설득력 있는 책을 썼다. 그것은 사냥을 돕게 하려고 우호적인 늑대를 선택해서 개를 창조하는 게 불가능한 이유를 개괄하고 있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늑대에게 인간의 사냥을 도울 동기가 전혀 없다는 점이다. 둘째는 늑대가 사람, 특히 어린아이에게 너무 위험하다는 점이다. 어느 시점에서 늑대들을 더는 용납할 수 없었다고 봤다. 셋째는 고대 인류가 번식을 위해 우호적인 늑대를 선택하려면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큰 통찰력이 필요했을 테고, 유전학에 관해서도 많이 알고 있어야 했을 거라는 점이다. 코핑어는 오히려 개들이 그보다 훨씬 평범하고, 심지어 불쌍하기까지 한 역할, 구체적으로는 초기 인간의 거주지 주변을 킁킁거리고 돌아다니던 쓰레기 청소부 역할을 하도록 진화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역설했다. 사람들이 정착해 살기 시작하면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배출될 수밖에 없다. 코핑어는 특정 늑대들이 그런 쓰레기를 뒤지고 다녔을 것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실제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생물 종이 쓰레기장으로 모여든다. 인도 콜카타에서는 소가 도시 쓰레기장을 돌아다닌다. 알래스카에서는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다니는 북극곰을 조심해야 한다. 수천 년 전에 늑대도 마찬가지로 우리 선조들의 정착지 주변을 배회하며 먹을 수 있는 쓰레기를 킁킁거리고 다니는 전략을 채택했을 수 있다.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는 너무나 사랑했던 반려견 새미(코통드 튈레아르 품종)의 복제를 시도했다. 복제된 동물은 그들이 유래한 동물과 모든 유전자를 공유한다. 따라서 그 둘은 일란성 쌍둥이처럼 유전적으로는 전혀 구분할 수 없다. 첫 번째 개는 2005년 한국에서 복제됐다. 암컷 123마리에 난자를 이식해 각 개가 새끼를 한 마리씩 낳게 했다. 이렇게 많은 암컷 개를 이용하는 일은 분명히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로부터 10여 년 뒤 과정은 간소화됐고, 텍사스의 한 단체에서는 개의 볼 안쪽에서 약간의 세포를 채취하기만 하면, 단일 대리모견을 이용해 사랑하는 반려견을 복제해준다. 비용은 5만 달러다. 스트라이샌드는 복제로 태어난 강아지 네 마리가 모두 똑같아 보였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각 강아지는 독특하고 나름의 개성을 타고났어요. 강아지의 모습을 복제할 수는 있지만, 영혼을 복제할 수는 없잖아요."
*반려동물은 얼굴 또는 식별할 수 있는 신체가 촬영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되더라도 초상권 침해를 주장하기 힘들다. 초상권은 헌법으로 보호되는 '사람'의 권리(인격권)이기 때문이다. 대법원 역시 '사람'에 대한 권리임을 명시하고 있다. 법적으로 동물은 물건과 같이 취급되기 때문에 사람이 가지는 헌법적 권리를 가질 수 없다. 다만 반려동물은 보호자의 소유물이므로, 누군가가 무단으로 촬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으로 수익을 낸다면 독점적 사용·수익권을 침해당하게 된다. 촬영자를 상대로 소유권 침해 금지 청구를 제기하고 손해배상 청구, 부당이득 반환 청구 등도 할 수 있다. 승소를 장담하기는 어렵다. 손해를 입증하기 어렵고,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산정이 쉽지 않아서다. 결국 누군가가 소유주의 허락 없이 반려동물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촬영하더라도 그 행위가 예의에 어긋날 수는 있지만,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권리가 사람처럼 법적으로 보호받을 방법은 없어 보인다.
*반려견은 자식과도 같은 존재라고는 하지만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법에서 물건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혼할 때 양육이 아니라 '재산 분할'의 대상이 된다. 극단적인 예로 양쪽이 서로 소유권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선다면, 법원은 반려동물을 경매로 매각한 뒤 대금을 나누어 갖도록 하는 방법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반려동물 양육권을 법정에서 다투는 일은 국내에서도 있다. 부부생활을 한 지 11년 만인 2018년에 협의 이혼한 아내 A씨는 반려묘를 자신이 키우기로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 뒤인 2021년 남편 B씨를 상대로 양육자 변경과 양육비를 청구했다. 이혼하면서 자녀 양육자를 정했더라도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양육자를 변경할 수 있다. A씨는 반려묘의 양육자가 남편으로 변경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소를 제기했다. 고양이를 데려가라는 의미였다. 또한 이혼 뒤 홀로 반려묘를 양육하면서 들어간 약 550만 원의 양육비도 달라고 했다. A씨는 반려묘를 '자녀'로 전제한 뒤 민법상 양육권에 관한 규정을 근거로 했다. 법원은 먼저 반려묘 양육자 변경 청구에 관해 "반려동물 양육권자 변경을 구할 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법률상 근거가 없으므로 부적법하다"며 청구를 각하했다.
*우리나라에는 소유주가 세상을 떠난 뒤 돌봐줄 사람이 없어 방치되거나 유기되는 동물이 많다. 서울, 대구 등지에는 '긴급 보호 동물 인수제'라는 것이 있어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나 소방관이 반려동물을 동물 보호소에 보낸다. 하지만 새로운 보호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결국 안락사시킨다.
*많은 반려동물이 동물병원에서 죽음을 맞는다. 이 경우에는 반려동물 사체가 '의료폐기물'로 분류돼 동물병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거나 폐기물 처리업체에 위탁해서 처리한다. 다만 반려동물 소유주가 원하면 동물 사체를 인도받아 적법하게 등록된 동물장묘업체를 통해 화장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집에서 죽으면 그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일반 종량제 쓰레기봉투에 넣어 배출하면 생활폐기물 처리업체가 처리한다. 물론 이 경우에도 동물장묘업체에 위탁해 화장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죽은 반려동물을 마당이나 인근 야산에 직접 묻어주고 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집을 지키던 개가 죽으면 대부분 뒷산 '양지바른 곳'에 잘 묻어주곤 했다. 아직도 여전히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농림축산식품부의 2018년 동물 보호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처리 계획'에 대한 물음에 '주거지·야산 매립'의 답변 비율은 35.5%였다. '장묘 시설을 이용해 처리(55.7%)'라는 응답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하지만 죽은 반려동물을 야산에 묻는 것은 불법이다. 반려동물 사체는 폐기물이고 폐기물관리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허가, 승인 또는 신고 없이 땅에 묻는 행위는 법적으로 폐기물 임의 매립, 즉 불법 투기 행위이다. 위반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파트라고 해서 반려동물을 키울 수 없는 건 아니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가축(장애인 보조견은 제외한다)을 사육하거나 방송 시설 등을 사용함으로써 공동 주거 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행위를 하려는 경우에는 관리 주체로부터 동의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석상 아파트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행위 자체가 원천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닌 셈이다. 사실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해서 관리 주체에 동의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공동 주거 생활에 피해를 미치는 행위를 하려는 경우'에 동의받아야 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일반적인 반려동물을 키우는 경우라면 동의가 필요하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아파트라 하더라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에 어떠한 제한이나 요건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공동주택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면 이웃 주민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다. 해결 방안에 대해 특별히 정해진 바는 없다. 일반적인 민사 절차, 즉 가처분 신청이나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도 있지만, 반려동물의 특수성을 고려한 별도의 절차가 마련된다면 더 현실적인 분쟁 해결이 가능할 것이다.
*개 짖는 소리는 소음이 아니며, 소음 기준치로 판단할 수도 없다. 만약 개 짖는 소리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 그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까? 최근 이런 법의 공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위자료를 받아낸 하급심 판례가 있다. 광주에 사는 박모 씨는 아래층에서 들리는 개 짖는 소리 때문에 수면장애에 시달려 아랫집을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개 소음'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 층간 소음 중재 기관에 문의했지만 개 짖는 소리는 층간 소음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음 측정도 해주지 않았다. 급기야 박 씨는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개 짖는 소리가 법이 정한 소음이 아니더라도 그 소리가 매일 반복된다면 듣는 사람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는 타인에 대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하면서 100만 원의 위자료를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개 짖는 소리가 법에서 정한 소음의 종류가 아니더라도, 공동주택 소음 기준치에 도달하는지 측정할 수 없더라도, 그것이 반복돼 고통을 유발한다면 당연히 그 고통에 대한 위자료가 인정될 수 있다.
*코레일 탑승 주의사항에는 "반려동물 동반 좌석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상운임을 내고 좌석을 지정받아 이용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정상운임이란 성인 요금을 의미한다.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부가 운임 징수 기준 및 열차 이용 에티켓' 페이지를 보면, '부가 운임 징수 기준'으로 "할인 승차권 등을 할인 대상이 아닌 사람이 사용하는 등 부정 사용하는 경우"를 정하고 있다. 그 예로는 "반려동물을 동반 유아 승차권으로 이용하는 경우"를 구체적으로 들고 있다. 위반 시 기준운임, 다시 말해 성인 승차권 가격의 열 배를 내야 한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은 "노선 여객자동차운송사업자가 운송할 수 있는 소화물은 부피가 4만㎤ 미만이거나 총중량이 20㎏ 미만이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 여객운송약관은 "여객은 제34조 제1항에 정한 것 이외의 물품으로서 길이, 너비, 높이 각 변의 합이 158㎝ 이상인 물품과 중량이 32㎏을 초과하는 물품은 휴대하고 승차할 수 없습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중형견 이상의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은 사실상 자기 반려견과 함께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렵다. 대부분의 대형견 견주는 남에게 피해를 줄까 봐, 또는 공중도덕을 생각해 스스로 대중교통을 잘 이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처럼 규정상으로도 탑승이 제한될 수 있다. 중·대형견 주인들은 자신의 차량이 없으면 반려견과 멀리 갈 수조차 없다.
*독일에서는 반려견을 동반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개에게 별도 요금이 부과된다. 개의 대중교통 요금은 어린이와 동일하다. 케이지에 넣지 않고 줄만 묶은 채 같이 탑승하면 된다. 즉 반려견과 함께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경우 보호자는 본인과 반려견의 교통비를 같이 내 차표를 구매해야 한다. 만약 무임 승차시킬 경우 견주는 몇 배에 해당하는 벌금을 내야 한다.
참고 자료 : 클라이브 D. L. 윈 지음·전행선 번역·발행처 현암사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2020)', 이장원 지음·발행처 공존 '반려 변론(2024)', 피에르 슐츠 지음·허봉금 번역·발행처 초록나무 '개가 주는 위안(2011)', 설채현 지음·발행처 동아일보사 '그 개는 정말 좋아서 꼬리를 흔들었을까?(2019)', 미우라 겐타 지음·전경아 번역·스즈키 미호 그림·발행처 라이팅하우스 '그 개가 전하고 싶던 말(2018)', 그레고리 번즈 지음·김신아 번역·발행처 진성북스 '반려견은 인간을 정말 사랑할까?(2016)'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