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미담기자
동거인을 가스라이팅(심리 지배)해 7년 동안 감금하고 협박·학대하며 노예처럼 부린 부부가 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피해자 측이 민사소송 절차에도 착수했다.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악마 부부에 의해 7년간 노예 생활한 친동생 사건 근황'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은 피해자 A씨(34·남)의 친형이 쓴 글로 알려졌다.
그는 "가해자들에게선 일말의 죄책감과 반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며 "선고가 내려지고 할 말이 있느냐는 판사님 질문에 '한마디 말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 것이 법질서냐'며 따졌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들이 항소장을 냈지만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라며 "곧바로 민사에 착수했고 동생이 빼앗긴 돈 최소 8700만원과 위자료까지 청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글쓴이가 글과 함께 첨부한 A4용지 사진에는 A씨가 강요당한 집안일 목록이 나열돼 있었다. 구체적으로는 '바닥 청소기 돌리고 닦기', '화장대, 컴퓨터 책상 등 먼지 털기', '신발장 정리하고 닦기', '빨래 돌리고 널기', '옷장 정리하기' 등의 항목이 있었다.
피해자 가족이 올린 사진. [이미지출처=온라인 커뮤니티]
앞서 인천지법은 A씨를 7년간 노예처럼 부렸다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B씨(35·여)에게 징역 7년을, 그의 남편 C씨(41)에게 징역 3년 6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B씨는 2013년부터 2020년까지 7년 동안 동거한 이성 친구 A씨를 폭행해 다치게 하거나 협박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지인 소개로 알게 된 A씨에게 유사성행위를 한 뒤 "성폭행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해 심리를 지배한 것으로 파악됐다. 2016년 B씨와 결혼한 남편 C씨도 범행에 일부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는 잠을 자는 동안 A씨의 두 다리를 쇠사슬로 감아 자물쇠를 채웠고, 쇠사슬을 전자레인지 선반과 연결해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또 A씨를 협박해 현금을 송금받는 등 총 8000만원을 뜯은 것으로도 확인됐다. A씨는 2020년 집에서 나왔고, 노예처럼 산 지 7년 만에 B씨 부부를 경찰에 고소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과 기간 등을 보면 피고인들의 죄질이 매우 불량한데도 반성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특히 B씨는 주도적으로 범행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C씨는 주도적으로 대부분의 범행을 저지르진 않았으나 배우자의 범행에 소극적으로나마 가담했다"며 "C씨의 존재도 배우자가 범행하는 데 일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