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유리기자
오픈AI가 누구나 인공지능(AI) 챗봇을 사고팔 수 있는 ‘GPT스토어’를 열면서 AI 생태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AI 대중화 시대를 앞당겼다는 평가와 함께 챗GPT를 이용해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던 국내 AI 스타트업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11일(현지시간) 오픈AI에 따르면 지난 10일 GPT스토어를 공식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등록된 맞춤형 챗봇은 이미 300만개를 넘어섰다. GPT스토어는 오픈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챗봇 서비스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한 달에 20달러(약 2만6000원)를 내는 챗GPT 유료 가입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맞춤형 GPT가 가능해진 만큼 무수한 응용 앱이 입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오픈AI는 지난해 11월 별도의 코딩 없이 맞춤형 챗봇을 만들 수 있는 ‘GPTs’를 내놓은 바 있다. 개발 도구에 이어 유통 플랫폼까지 갖추면서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도 AI 챗봇을 만들고 판매·구매할 수 있게 됐다.
국내 AI 업계에선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국내 AI 스타트업 상당수가 오픈AI의 LLM이나 챗GPT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를 내놓은 곳들이기 때문이다. 챗GPT를 활용해 AI 여행 플래너 서비스를 내놓은 마이리얼트립, GPT-4 모델을 사용해 직장인 특화 AI 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인파트너스 등 지난해 관련 서비스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이런 스타트업이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일반인과 무한 경쟁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GPT스토어와 비슷한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도 영향권에 들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뤼튼 스토어’를 운영하는 뤼튼테크놀로지, ‘알리 LLM 앱 마켓’을 오픈한 올거나이즈 등이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노력하면 웬만한 서비스는 다 만들 수 있어서 GPT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은 쉽지 않은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AI 생태계 확장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유통망이 열린 만큼 ‘킬러앱’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다. 모바일 앱을 유통하는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열린 이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 기업이 쏟아졌던 것처럼 AI 분야에서도 성공 사례가 나올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소프트웨어(SW) 기업 폴라리스오피스는 GPT스토어에 자사 오피스 사용자에 대한 ‘가이드 챗봇’을 등록했다. 신기빈 올거나이즈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는 "지난해가 LLM의 해였다면 올해는 이에 기반한 앱의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초반에는 재밌게 활용하는 사례부터 시작되겠지만 몇 년 안에 킬러앱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비용 문제는 넘어야 할 과제다. AI 챗봇 개발 문턱은 낮아졌지만 이를 구동하려면 여전히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GPT스토어 자체가 성공하려면 무료 앱이 많아야 하는데 GPT는 질문할 때마다 최소 몇십원씩 비용이 발생한다"며 "무료 서비스가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라 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