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돈기자
간첩 등 국가보안법 위반 범죄에 대한 수사 권한인 '대공수사권'이 올해 국가정보원에서 경찰로 완전히 이관됐다. 경찰은 안보수사 인력을 증원하는 등 철저한 대비를 마쳤다는 입장이지만,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한계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경찰로 이관된 대공수사권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한동안 갑론을박이 지속될 여지도 있다. 조 후보자는 “최근 5년간 간첩들이 주로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접촉하는 것으로 파악돼, 간첩 수사에 있어 해외 인프라가 필수적”이라며 “특히 최근의 엄중한 안보 현실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공수사권은 간첩이나 좌익사범 등을 찾아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적용, 수사하는 권한을 말한다. 1961년 6월10일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설립 직후 공포된 중앙정보부법(중정법)에 포함돼 1963년 그 개정안으로 구체화됐다. 그러나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국정원에 의한 간첩 조작 사건이 이어지면서 대공수사권을 둘러싼 논란도 지속됐다.
이에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이 가지고 있던 대공수사권을 삭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1월1일부터 시행되면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공식적으로 폐지되고 이를 경찰이 전담하게 됐다. 중앙정보부 설립 이후 63년 만이다.
경찰은 대공수사를 위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산하에 안보수사국을 설치하고, 안보수사 연구·교육센터도 만들었다. 안보수사국 산하에는 핵심 수사를 전담하는 정예팀인 ‘안보수사단’이 신설된다. 각 시도 경찰청에는 안보수사대 수사관을 증원해 광역 단위 수사체계 기반을 구축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전체 안보수사 인력도 지난해 724명에서 올해 1127명으로 약 56% 증원했다. 이 중 순수 대공수사 인력은 700여명으로 종전의 400여명보다 약 75% 늘었다. 대부분 내부 재배치이지만, 안보 전문가인 신규 인력도 20명 채용했다. 지난해부터는 ‘안보수사관 자격관리제’를 시행해 수사관들의 역량을 관리하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찰 중심의 안보수사 체계 원년을 맞아 안보수사 역량을 근원적으로 혁신하겠다”고 말했다.
대공수사권은 이미 경찰에 넘어갔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법 개정 후 대선 국면이 이어진 데다 정권 교체로 국정원 역할에 대한 정부의 기조가 바뀌면서 수사 업무 이관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탓에 수사 공백 우려도 제기된다.
전문 인력 부족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경찰에 해외 방첩망이 없고, 기능을 옮겨 다니는 인사 시스템상 수사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가 어렵다는 우려에서다. 국내 첩보는 경찰이 맡지만, 해외 첩보 수집은 국정원이 담당하게 될 경우 국정원이 입수한 첩보가 경찰로 넘어와 수사로 이어지기까지 낭비되는 시간이 적지 않을 수도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경찰은 과거부터 계속해서 대공수사를 해온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은 해방 이후 계속 안보 수사를 실시해 온 기관”이라며 “통계만 봐도 전체 안보사범 검거 건수 중 4분의 3을 경찰이 맡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의 기존 해외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첩보를 제때 공유하는 등 양 기관이 협업하면 된다는 것이다.
우 본부장은 “해외 정보 수집은 현실적으로 국정원과 협조가 불가피한 만큼 국정원과 업무를 협의하는 플랫폼을 구성했다”면서 “국정원, 국군방첩사령부 등과 지속해서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