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대디 천국인 직장, 생산성에 오히려 좋아'[K인구전략]

(8)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철학
워킹맘 겪으며 기업문화 혁신
직원 심리적 안정이 성장 불러

편집자주대한민국 인구 문제 해결의 실마리는 기업에 있다. 남녀 구분 없이 일로 평가하는 기업 내 분위기와 가정 친화적인 문화가 곧 K 인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출산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적어도 일터에서의 부담감이 걸림돌이 돼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시아경제는 가족친화 정책을 선도하는 기업을 찾아가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지점을 짚고, 현실적인 여건이 따라주지 못하는 기업과는 다각도에서 함께 방법을 찾아볼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업부터 변하도록 독려하고,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정부의 역할도 분석한다. 금전적 지원보다 심리적 부채감을 줄여주는 회사의 문화와 분위기가 핵심이라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다양한 측면에서의 대안을 제시한다.

이혜민 핀다 공동대표

핀다가 워킹맘·대디의 천국이 된 데는 이혜민 공동대표의 의지가 크게 반영됐다. 워킹맘인 그는 커스텀워크를 비롯해 ‘육아’에 친화적인 기업 문화가 오히려 개인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0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임신을 했다고 해서, 아이를 기르며 일을 한다고 해서 개인 생산성이 낮아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물리적으로 일하는 시간에 제한이 생기기는 하지만, 시간만 많이 쓴다고 생산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오히려 그 시간만큼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경험을 통해 배웠다"며 "개인에게 생길 수 있는 여러 사건을 잘 통제하고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일도 더 프로페셔널하게 하고 생산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핀다는 커스텀 워크를 통해 1주일간 일하는 스케줄을 미리 짜고 공유한다. 반차보다 더 작은 단위인 반반차(2시간)도 있다. 개인의 자율성과 유연성을 보장하면서 회사를 성장시키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만든 것이다. 이는 이 대표가 경험을 통해 체득, 필요성을 절감한 제도다.

이 대표는 "3살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고 있다 보니 직원들도 임신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 눈치를 보고 마음 졸이는 경우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회사 내에 육아에 있어서만큼은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제도나 문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강하다. 워킹맘인 이 대표부터 솔선수범해 커스텀 워크를 비롯해 반반차 등 제도를 잘 활용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도 제도를 활용하는 데 전혀 부담이 없다.

이 대표는 "보통 남편과 아이 등원 준비를 같이하고 스쿨버스에 아이를 태운 다음 9시30분에서 10시 사이에 출근한다"며 "가급적 7시에 퇴근해 아이를 재우고, 아이가 잠든 이후에 개인적으로 못다 한 업무를 집에서 마무리하는 루틴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아이 생일이나 발달검사처럼 반드시 엄마와 함께해야 하는 일정은 미리 스케줄에 기록하고, 반반차나 반차를 잘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육아 친화적인 문화는 기업 생산성뿐 아니라 인재 영입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핀다는 대출과 금융업을 다루다 보니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인재가 중요한 회사다. 이 대표는 "목표 지향적이면서도 개인의 자율성이 보장된다는 점이 한창 일할 시기인 30~40대 기혼자 인재들에게 어필이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130여명 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설문을 진행한 결과, 실제로 이 같은 문화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출산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제도라면 일하면서 육아하는 일이 가능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지난해 처음 임신한 직원이 나왔고, 현재 2명이 임신 중이다. 이 대표는 "임신해서도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제품 UX(사용자 경험) 설계와 디자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등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유리·이현주·정현진·부애리·공병선·박준이·송승섭 기자,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경제금융부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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