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성탄절인 지난 25일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숨진 2명의 사인이 각각 '추락사'와 '화재사'라는 1차 부검 소견이 나왔다.
26일 경찰은 자신의 두 자녀를 구하고 숨진 4층 주민 박모 씨(32)의 사인은 '추락에 의한 여러 둔력 손상', 11층 비상계단에서 숨진 채 발견된 임모 씨(38)의 사인은 '화재 연기 흡입에 의한 화재사'라는 소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25일 새벽 방학동의 한 아파트 3층에서 발생한 화재를 피하는 과정에서 변을 당했다.
불이 난 집 바로 위층인 4층에 거주하던 박 씨는 부인 정모 씨(34)와 함께 각각 0세, 2세인 두 딸을 살리려다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박 씨는 경비원들이 쌓은 재활용 포대 위로 첫째 딸을 던진 뒤 생후 7개월 된 둘째 딸을 품에 안고 뛰어내렸다. 이후 정 씨가 뛰어내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박 씨가 옆으로 떨어지며 머리를 바닥에 부딪혀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는 어깨 등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 중이며 두 자녀도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씨는 119에 화재를 처음 신고한 사람으로 11층 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그는 화재 당시 같이 살던 가족들을 먼저 대피시킨 후 불길을 피해 위로 이동하다 연기를 흡입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화재로 2명이 숨졌으며 1명은 중상, 28명은 경상을 입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26일 오전 11시부터 현장 감식을 시작했다. 경찰 관계자는 "301호에서 정확한 발화 지점과 원인을 규명할 계획"이라며 "소요 기간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아파트는 국민 대다수가 거주하고 있고 구조나 환경으로 인해 다른 시설보다 화재 위험성이 높을 뿐 아니라 화재 시 대피단계에서 연기(화염)로 인한 인명피해가 주로 발생한다. 또 아파트는 집합 주거공간이기에 많은 구성원이 공동생활을 하고 있어 화재 시 대피 방법을 정확히 알아둬야 한다. 막연하게 불이 나면 밖으로 대피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급박한 상황에서 대피로를 찾지 못하거나 적절하기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
소방청의 피난 안전대책에 따르면, 아파트 화재 시 4가지 유형에 따른 대처법이 있다. 먼저 본인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계단을 이용해 낮은 자세로 지상층이나 옥상 등 안전한 장소로 피해야 한다. 대피할 때는 출입문은 반드시 닫고,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을 이용한다. 이때 비상벨을 누르고 119에 신고해 화재 사실을 빠르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피가 어렵다면 대피공간, 경량 칸막이, 하향식 피난구(완강기)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해 대피하면 된다. 대피공간 등이 없다면 화염 또는 연기로부터 멀리 이동해 문을 닫고 젖은 수건으로 틈새를 막아 연기 유입을 차단하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아파트의 다른 세대 또는 공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경우, 화염 또는 연기가 본인 집으로 들어오지 않는 단계에서는 일단 대기하면서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연기가 들어오지 못하게 창문을 닫고, 119 신고와 안내방송에 따라 행동하면 된다.
화염이나 연기가 집으로 들어온다면, 대피가 가능한 복도나 계단으로 이동하면 된다. 외부로 대피가 어렵다면 세대 내 대피공간, 경량 칸막이, 완강기 등이 설치된 곳으로 이동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화염 또는 연기로부터 멀리 이동해 문을 닫고 젖은 수건 등으로 틈새를 막고 구조를 기다려야 한다. 특히 완강기를 이용할 수 있는 집은 완강기 구성품을 항상 창문 근처에 두고, 사용법을 평소에 배워 둬야 한다.
완강기는 지지대 고리에 완강기 고리를 걸고 지지대를 창밖으로 내보낸 후 줄을 던지면 된다. 이후 완강기 벨트를 가슴높이까지 걸고 조인 뒤 창밖으로 나가 벽을 짚으면서 내려가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 고층 아파트의 경우, 피난 대피용 층이 별도로 마련돼 있기에 미리 피난 대피용 층을 알아두면 화재 시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