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옐런 '연착륙 향해 가고 있다...인플레이션 의미있게 둔화'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간) 미 경제가 심각한 경기 둔화 없이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이른바 '연착륙(soft landing)을 향해 가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물가 안정 목표 2% 달성을 위한 마지막 단계(last mile, 라스트마일)가 험난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특별히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옐런 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최고경영자협의회 서밋에 참석해 "인플레이션이 확실히 의미 있게 내려오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내 생각에 연착륙이란 경제가 계속 성장하고 노동시장은 강한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이라며 "우리가 가고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올해의 마지막 금리 결정이 이뤄지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예상치에 부합한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공개된 직후 나왔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1월 CPI는 전년 대비 3.1% 상승하며 둔화 추세를 이어갔다. 다만 근원 CPI에서 주거비를 제외한 이른바 ‘수퍼코어’ 인플레이션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은 우려로 확인됐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1월 수퍼코어 CPI는 전년 대비 3.93%, 전월 대비 0.44% 뛰었다.

경제학자이자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출신인 옐런 장관은 최근 인플레이션이 의미 있게 둔화하면서 물가 목표 2%를 향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이 Fed의 의무와 목표에 일치하는 수준으로 점진적으로 하락하지 못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고 봤다.

또한 옐런 의장은 "개인적으로 라스트 마일이 특별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되는 이유도 없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현 수준으로 낮추는 과정보다 앞으로 2% 달성까지의 길이 더 험난할 수 있다고 본 다수 당국자, 이코노미스트들의 발언과 대조적이다. 그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장기적으로 의미 있게 고조된 적이 없기 때문에,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단지 경제를 정상화하고 노동시장을 완전고용 상태로 돌려놓도록 하기만 하면 됐었다"고 덧붙였다.

인플레이션 진전에 힘입어 Fed가 곧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대신 옐런 장관은 인플레이션이 낮아진다는 것은 실질금리가 상승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이는 어떤 의미에서는 통화 긴축을 야기한다. Fed가 금리 경로에 대해 결정할 때 무게를 둘 수 있는 요인"이라고 답변했다. 사실상 내년 중 금리 인하가 뒤따를 것임을 에둘러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마지막 금리 결정이 이뤄지는 12월 FOMC 결과는 미 동부 시간으로 다음날인 13일 오후 2시 공개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Fed가 현 5.25~5.50%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건은 당국자들의 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와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현재 Fed가 이달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98%이상 반영하고 있다. 내년 1월 동결 전망도 94%를 웃돈다. Fed가 내년 3월 또는 내년 5월에 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인하할 가능성은 각각 41%, 74%를 상회하고 있다.

경제매체 CNBC가 이날 공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9%가 Fed가 내년 6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는 시장의 예상만큼 빠르지는 않다. 자칫 Fed가 금리 인하로 빨리 돌아설 경우 1960년대 후반~1970년대 초반처럼 인플레이션이 재반등할 위험이 있는 만큼, 파월 의장 역시 예상보다 더 오래 긴축 정책을 유지하고자 할 것이란 설명이다. 내년과 내후년 말 금리 전망 중앙값은 각각 4.53%, 3.73%로 집계됐다. 이와 함께 이들은 옐런 장관의 진단처럼 미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은 47%를 제시했다. 앞서 10월 조사보다 5%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날 옐런 장관은 미국이 지속가능한 재정정책의 길을 걷고 있느냐는 일문에는 긴급한 문제로 보고 있지 않다는 기존 발언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전 예상보다 장기적 기준으로 금리가 상승할 경우 재정 전망에 추가적인 스트레스가 발생한다"고 고금리에 따른 부채 악화 가능성은 인정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안했듯 기업과 고소득 가구를 대상으로 한 세율을 높이고 기존 세법을 강화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이 밖에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 등으로 확인된 미·중 관계 개선 조짐에 대해서는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옐런 장관은 "우리는 중국 측과 정기적으로 대화하고 있다"면서 세계 양대 경제 대국이 개발도상국의 부채 부담 조정, 기후변화 등 글로벌 과제에 대해서도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1팀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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