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 훼손된 中거지들의 구걸…'인신매매 의심' 태국서 논란

고급차 中통역사와 연결 등 의혹 지속
태국 경찰 "범죄 조직과는 연관 없어"

최근 얼굴과 팔다리 등이 심하게 훼손된 중국인들이 태국 거리에서 단체 구걸을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신매매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태국 경찰은 범죄 조직과는 연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방콕포스트와 타이PBS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신체 일부가 훼손된 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 건 지난 10월부터다. 특히 지난달 10일부터는 태국 방콕 시내에서 중국인들이 구걸 행위를 하고 있다는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이들은 플라스틱 박스 등을 들고 시민들에게 돈을 구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글로 '영등포 구립 도서관'이라고 적힌 에코백을 들고 구걸하는 이도 있었다. 구걸은 태국에서 불법이다.

이들의 행색에 수상함을 느낀 시민들도 있었다. 이들 대부분이 몸 곳곳에 화상과 상처 흉터가 있었고, 심지어 사지가 없거나 얼굴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진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의 외모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국 갱단이 비장애인을 납치해 신체를 훼손한 뒤 태국에서 돈을 벌게 하고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태국 거리에서 구걸하고 있는 중국인들. [이미지출처=페이스북]

결국 태국 경찰이 단속에 나섰고, 남녀 6명이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의 국적은 중국이었다. 이들은 경찰에 "중국에선 구걸이 불법이 아니다", "오늘 하루 와서 구걸했다" 등의 취지로 진술했다. 특히 이들 중 4명은 "중국에서 화재로 크게 다친 뒤 태국에 건너와 자발적으로 구걸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하루 5~6시간을 거리에서 구걸하면서 하루 최대 1만밧(약 37만원)을 벌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 조직이 배후에 있다는 음모론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들이 고급 차를 타고 다니는 한 중국어 통역사와 연결돼 있었고, 아파트 호텔 등 숙소에 함께 머물렀다는 점 때문이다.

그러나 현지 경찰은 이들이 인신매매를 당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자발적으로 구걸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는 것이다.

이들과 연계됐다는 중국어 통역사에 대해서는 "몸이 불편한 중국인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는 증거가 아직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민 당국은 걸인 행세를 한 중국인 6명을 추방하고, 10년간 태국 입국을 금지했다.

한편 이번 일로 태국 정부의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태국 정부는 중국 단체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난 9월부터 내년 2월까지 중국인 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했다. 그러나 관광객 입국 조건을 지나치게 완화하면서, 신원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이들까지 무분별하게 들어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슈2팀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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