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령기자
“숙박업소에 TV가 50대면 50대에 대한 수신료를 내야 하는데 부담입니다. 영세업자들에게는 한 대 요금만 받을 수 없을까요.”
정경재 숙박업중앙회 회장은 2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소상공인 골목규제 뽀개기 4탄’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가정용 TV 수신료는 세대별로 1세대분을 부과하는 데 반해 숙박업소의 경우 매월 방마다 설치한 TV 대수만큼 수신료를 부과하고 있어서다.
이어 정 회장은 “숙박업소 객실이 50개여도 어떨 때는 코로나 등으로 인해서 예약된 방이 10개도 안 되는데 TV 50대에 대한 수신료가 나간다”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옴부즈만지원단에서 방송통신위원회에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으나 ‘불가’ 답변을 받은 상황이다. 옴부즈만지원단의 윤보라 전문위원은 “방통위가 검토한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 ‘수신료는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경비 조달을 충당하기 위해 수상기를 소지한 자에게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며 “‘TV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가되며 이용료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공실률 등은 감면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이날 규제뽀개기 논의 후 국민판정단이 온라인 투표(100명) 및 현장 투표(50명)를 한 결과 106명이 ‘찬성’을, 38명이 ‘반대’를 나타냈다.
두 번째로는 식육즉석판매가공업 영업시설 면적 기준 폐지 필요성에 대해 논의했다. 정육점에서 곰탕, 소시지 등 식육가공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식육즉석판매가공업’으로 신고해야 하는데 영업장 면적이 26.4㎡ 이상이어야 한다. 다만 동일업종이라도 양념육, 분쇄가공육(돈가스 등)만을 판매하는 경우는 면적 제한이 없어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옴부즈만지원단의 진영훈 사무관은 “면적 제한으로 인해 소상공인의 창업이 어렵다는 현장 의견이 지속 제기됐고, 이에 대한 개선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건의했으나 식약처는 수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영업장 면적 기준은 위생과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는 것인데 훈연, 가열 등 열처리 공정을 거쳐 제조되는 제품은 축산물의 위생 및 안전 관리를 위해 해썹(HACCP) 인증을 받은 전문 식육 가공 업장에서 만드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한 국민판정단의 선택은 찬성 94표, 반대 51표로 나와 면적 기준 폐지가 필요하다는 쪽에 힘이 실렸다.
마지막 논의는 ‘안전상비약 판매자 등록 요건 완화’였다. 약사법에 따르면 약국이 아닌 장소에서 감기약 등 안전상비의약품을 판매하려면 24시간 연중무휴 점포의 경우에만 등록이 가능하다. 문제는 약국이 많지 않은 지역의 동네 슈퍼 등에서는 판매할 수 없어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한 편의점주는 “인건비가 많이 오르면서 편의점도 24시간 운영을 하지 않는 곳이 있는데, 야간에는 무인점포로 하거나 아예 운영을 안 하고 있다”며 “그렇게 되면 비상약을 팔 수가 없도록 규제가 막혀 있는데 편의점만 하나 있는 동네에 사는 분들이 급하게 비상약을 구하러 엄청 멀리 있는 24시간 운영 편의점까지 가야 하는 일이 생긴다”고 꼬집었다.
옴부즈만지원단이 보건복지부에 이 같은 내용을 건의했으나 ‘수용이 곤란하다’는 답변을 받은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의약품은 사람의 생명 및 건강과 직결돼 사용 편의성보다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함께 보냈다.
그러나 국민판정단은 찬성 쪽에 131표를 던지며 규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윤석열 정부에서는 우리나라 산업체의 85%를 차지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이 대한민국 경제의 튼튼한 허리가 될 수 있도록 목표를 하고 있다”며 “정부와 민간이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이전으로 아직 돌아가지는 못했다. 정부에서는 이 힘든 상황에서 가게 문을 연 상인들의 도전과 성장이 좌절되는 규제가 있다면 그 부분은 정말 과감하게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다수의 국민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는 소상공인과 관련된 부분을 우선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국민 편의와도 분명히 직결될 것 같다”며 “회를 거듭할수록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5월부터 시작된 규제뽀개기는 그동안 1차에서 바이오, 2차에서 일상 속 규제, 3차에서 모빌리티 분야 등을 다뤘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은 “소상공인들이 애로를 극복하고 우리 경제의 주역으로 우뚝 서기 위해서는 소상공인들에게 친화적인 경영 환경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부의 집적 지원 방식이 아니라, 민간과 시장 중심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