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경기 시흥시의 한 언어치료센터에서 30대 재활사가 장애아동을 여러 차례 폭행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 중인 가운데 해당 재활사가 담당한 다른 아동들의 피해 사례가 추가로 전해지고 있다.
11일 피해자와 경찰 등에 따르면 시흥시의 한 언어치료센터에서 근무했던 재활사 A씨를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이 이날까지 총 3건 접수됐다. 이 사건의 첫 피해자로 알려진 B군(7) 부모가 지난달 13일 A씨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이 지난 3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다음 같은 내용의 고소 2건이 추가된 것이다.
A씨는 해당 센터에서 20여 명의 아동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피해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다른 아동들에게서도 평소 A씨가 때릴 듯이 위협하거나 윽박지르는 등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A씨는 학대 사실이 발각되면서 해당 센터에서 해고됐다.
고소장에 따르면 A씨는 시흥시의 한 언어치료센터에 근무하며 지난 8~10월 B군의 언어치료 수업을 진행했다. B군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 판정을 받아 일상적인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하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년간 해당 센터를 별문제 없이 다녔던 B군은 담당 강사가 A씨로 교체된 후 3회차 수업부터 가기 싫다는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B군 어머니는 지난달 초 수업을 마친 아이의 얼굴에 손자국이 찍혀 있는 것을 발견해 센터 측에 항의했다. 이에 A씨는 "수업 중 시계에 긁혀서 자국이 난 것 같다"는 변명을 늘어놓다가 B군 부모가 센터에 수업 폐쇄회로(CC)TV를 보여달라고 요청하자 그제야 '폭행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을 통해 CCTV를 확인한 결과, A씨는 첫 두차례 수업을 제외한 모든 수업에서 B군의 목을 조르거나 밀치는 등 폭행했으며, 손으로 뺨을 때리거나 얼굴을 발로 차는 등의 심한 폭행까지 저질렀다. 심지어 A씨는 수업도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다. 수업 시간 중 겁을 먹은 B군이 가만히 앉아 있는 동안 A씨는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장면도 CCTV에 담겼다. 또 B군이 무언가 행동하려 하면 손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경찰은 센터의 CCTV 녹화 4개월 치 분량을 확보해 분석하는 과정에서 A씨의 폭행 정황을 다수 파악했으며 피해 아동을 추가로 확인했다. A씨는 B군과 비슷한 장애를 가진 C군 등 2명과 수업하면서도 고개가 돌아갈 정도로 뺨을 때리거나 주먹으로 가슴팍을 세게 치는 등 폭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C군 등의 부모가 추가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경찰은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사건이 알려지자 A씨는 피해 학부모들에게 "최근 전세 사기를 당해 기분이 좋지 않아 손찌검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도 비슷한 취지로 진술하며 자신의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최근 A씨에 대해 한차례 소환 조사를 진행한 경찰은 다른 피해 아동들에 대한 CCTV 분석을 마치는 대로 A씨를 추가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