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컴퓨터 단순 반복 작업, 이른바 매크로(macro) 프로그램을 활용해 표를 구한 뒤 비싸게 되팔면서 정작 팬들은 과도한 웃돈을 주거나 경기장을 찾지 못해 불만이 새어 나온다.
2023 KBO 한국시리즈 4차전이 열리는 11일에도 중고 거래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입장권을 사고파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중 일반석이 정가의 2∼3배가 넘는 10만∼2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잠실야구장의 가장 비싼 좌석인 프리미엄석(14만원) 가격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입장 인원이 정해져 있는 스포츠 경기와 콘서트, 뮤지컬·공연 등에서 암표는 오래전부터 문제로 꼽혀 왔다. 한국시리즈처럼 웃돈을 얹어서라도 ‘빅 이벤트’ 보고 싶은 팬의 심리를 악용하는 것이다.
게다가 매크로로 티켓을 빠르게 사 모으고 이를 되파는 편법이 횡행하면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원하는 좌석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매크로란 자주 사용하는 명령어를 키 하나에 묶어 자동 반복 작업을 시키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1990년대 PC 온라인 게임이 유행할 당시 게이머들이 게임 아이템을 구입할 때 주로 쓰였다.
이후 대학교 수강 신청, 명절 기차표 예매, 공연 티켓 예매 등으로 용도가 확장됐다. 이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도 “PC방 등에서 매크로를 이용해 티켓을 예매하는 모습을 봤다”는 목격담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이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더불어민주당 이병훈 의원 등은 스포츠 경기의 입장권, 관람권 등 티켓 구입에 악용되는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공연법 일부개정법률안,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2건을 지난 3월 대표 발의했다.
이는 공연계에서는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입장권·관람권을 산 뒤 타인에게 웃돈을 얹어 파는 행위가 적발되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내용으로 발의한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어서 스포츠 분야에서는 아직은 현실성 있는 대책이 미흡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모니터링이나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사업자들이 매크로를 막을 기술 투자 등의 방안을 더 구체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터넷과 모바일에 익숙지 않아서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는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JTBC 뉴스 ‘밀착 카메라’ 팀은 올해 한국시리즈를 보려고 야구장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려야 했던 노인 팬들의 사연을 전한 바 있다.
이런 사연이 알려지자 지난 10일 한 중고거래 플랫폼에는 ‘65세 이상에게만 한국시리즈 티켓을 양도한다’는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판매자는 거래 조건으로 “65세 이상 LG트윈스 팬으로 재판매 방지를 위해 자신과 함께 입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건이 안 되는 분에게는 양도할 생각이 없다”고 재차 강조하면서 “온라인으로 예매하지 못해 야구를 보지 못하는 어르신들께 양도하고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