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바다 바퀴벌레, 큰바다딱정벌레, 모래벼룩 등 다양한 이름을 지닌 심해등각류 대왕구족충(大王具足蟲)이 미식가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베트남에서 바닷가재보다 비싸게 팔리고 있다.
6일(현지시간) 베트남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에서는 대왕구족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나 오른 kg당 최대 150만동(한화 약 8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500g 정도 나가는 작은 개체는 비교적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특히 1kg이 넘게 나가는 큰 크기의 상품은 구하기 쉽지 않아 몸값이 더 올라가는 중이다.
대왕구족충[이미지출처=유튜브 채널 'Travel Thirsty' 캡처]
이 매체는 "시장가는 크기에 따라 ㎏당 60만동~150만동 사이를 오르내리고 있다"며 "대부분 1㎏ 미만 대왕구족충이 판매되는데 1~2㎏인 상품은 희귀하기 때문이다. 큰 대왕구족충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예약 주문 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할 정도"라고 전했다.
대왕구족충은 깊은 바다 밑바닥에 살고 있어 양식으로는 얻을 수 없다. 주로 태평양, 인도양의 심해에 서식하는 대왕구족충은 육식성 동물로 고래, 오징어와 같은 해양 동물의 사체를 먹고 살아 '바다의 청소부'라고 불린다. 이 동물은 우리나라 해역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대왕구족충은 다소 혐오스러운 겉모습과 다르게 쫄깃한 질감에 달콤한 맛을 지닌데다 지방까지 풍부해 마니아층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현지인 호앙씨는 VN익스프레스에 "가격은 비싸지만 큰 것이 작은 것보다 육질이 더 단단하고 단맛이 강해 큰 상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또 란안씨는 "예전에는 외양을 보고 무서워했지만 일단 먹어보니 바닷가재보다 더 맛있었다"라며 "가격이 비싸도 제철이 될 때마다 대왕구족충을 먹는다"고 했다.
대만의 한 라멘전문점에서 판매하는 대왕구족충 라멘[이미지출처=라멘공자 페이스북]
앞서 지난 5월 대만의 한 라멘전문점에서는 대왕구족충 한 마리를 통째로 얹은 라멘을 한정 판매해 화제가 됐다.
이 식당은 대왕구족충 라멘의 이미지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하면서 대왕구족충을 '꿈의 식자재'라고 표현했다. 식당 측은 이 메뉴에 대해 "찜으로 조리해 흰 살 부분을 먹으면 랍스터와 게의 식감과 향이 난다"며 "전체적인 맛은 의외로 신선하고 달콤하다"고 설명했다. 이 라멘의 가격은 1480 대만달러(약 6만원)로 알려졌다. 또 쉽게 구할 수 없는 재료인 만큼 단골에게만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