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윤기자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정관 사업목적을 추가한 신사업에 대해 진행 상황을 점검한 결과 점검 대상 중 작성 기준을 충족한 회사가 49%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차전지, 인공지능 등 7개 주요 신사업을 추가한 기업 중 55%는 추진 내용이 전무해 투자 시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최근 3년 동안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삭제·수정한 상장사 1047곳에 대해 신사업 추진 경과 공시 의무화 등 공시서식 작성 기준 준수 여부를 점검한 결과 516곳인 49%만이 24개의 세부점검 항목을 모두 준수했다. 나머지 531곳(51%)은 최소 1개 이상의 세부 점검 항목에서 미흡한 점이 발견됐다.
점검항목 별로는 '사업 추진현황 및 미추진 사유'와 '사업목적 변경내용 및 사유'의 미흡률이 각각 38%, 35%로 높았고 '사업목적 현황'은 현재 회사 사업목적을 단순 기재하는 항목임에 따라 미흡률 2%로 대체로 양호했다. 코스피 상장사와 코스닥 상장사의 미흡률은 각각 47%와 52%로 집계돼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최근 3년간 이차전지, 인공지능, 로봇, 가상자산, 메타버스, 대체불가토큰(NFT), 신재생에너지, 코로나19 등 이슈 7개 테마업종을 추가한 회사는 총 285곳으로 파악됐다. 이 중 이차전지,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목적을 추가한 회사가 각각 125곳, 92곳으로 가장 많았다.
하지만 2021~2022년 주요 7개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회사 233곳에 대해 올해 6월 말 기준 사업 추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사업 추진 현황이 존재하는 회사는 104곳(45%)에 머물렀고 추가한 다수의 사업 모두 추진 현황이 있는 회사는 83곳(36%)에 불과했다. 나머지 129사(55%)의 경우 추진내역이 전무했다. 금감원은 "추가한 테마업종이 많은 회사일수록 사업 추진 비율은 급감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추진 현황이 존재하는 104곳 중 47곳(45%)은 해당 사업과 관련한 매출이 발생 중이지만 다른 사업부문과 구분해 관리할 정도의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한 회사는 4곳(4%)뿐이었다.
미추진 기업은 대부분 재무·경영 안정성이 낮으며, 내부통제 등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노출됐다. 최근 3년 연속 영업손실, 자본잠식 등 열악한 재무상황으로 신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거나 회사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전·후 과정에서 해당 사업목적을 추가한 경우도 빈번했다. 횡령·배임, 감사(검토)보고서 미제출, 감사의견 거절 등으로 관리종목 지정 및 상장 폐지 사유가 발생하고 공시 지연, 누락 등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경우도 다수 나타났다.
신사업 발표 직후 주가 급등 시 최대주주 관련자가 전환사채(CB) 전환 후 주식을 매도하고 사업 추진은 철회하는 등 허위 신사업 이용 부정거래 혐의를 받는 기업도 일부 발견됐다.
금감원은 "투자자는 관련 공시를 통해 회사가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무·경영 안정성, 내부통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라며 "향후 제출되는 정기보고서를 통해 실제 사업 추진 여부 및 경과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성 기준에 미흡한 531사에 중점점검 결과 및 공시 모범사례를 통보해 다음 정기보고서 작성 시 보완하도록 안내할 방침"이라며 "허위 신사업 추진 관련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된 종목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실시하고 혐의 적발 시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