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기자
자영업자들이 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 등 금융권에서 빌린 돈이 최근 2년 새 100조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대출 부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은행·상호금융·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저축은행·보험 등 금융권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634조9614억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상반기(527조4244억원)와 비교해 107조5370억원 증가한 수치다.
2년간 증가 폭이 가장 큰 업권은 상호금융(농협, 수협, 신협 등)이었다. 2021년 상반기 93조900억원에서 올 상반기 146조3847억원으로 53조2947억원 늘었다. 은행이 같은 기간 405조5388억원에서 446조1645억원으로 40조6257억원 증가해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저축은행 6조8904억원(15조2,508억원→22조1412억원), 여전사 5조9635억원(12조6238억원→18조5873억원), 보험 7,622억원(9,215억원→1조6837억원) 순이었다.
이 기간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이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소상공인 대출 지원이 적극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역 신용보증재단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을 통해 소상공인 대출에 대해 100% 보증을 제공했다.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도 있었다. 2021~2022년 차주 단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1~3단계) 단계별 시행으로 DSR이 높은 차주가 개인사업자 대출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유인이 커진 것이다.
문제는 경기침체 장기화로 자영업자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대출 부실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은행의 올해 7월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45%로 2021년 7월(0.21%)보다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송 의원은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해 자영업자와 금융회사의 부담이 갈수록 커질 수 있다"며 "양쪽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정부의 연착륙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