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동우기자
최근 국제유가가 13개월 만에 최고점을 경신한 가운데 하반기 '상저하고' 경기 전망에 주요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 가격 인상 및 전기·가스 등 에너지 요금이 함께 오르면서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기준 11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90.79달러를 기록했다. 전일 보다 1.00% 감소했으나 여전히 90달러대의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27일 WTI는 배럴당 93.68달러로 지난해 8월 29일 이후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배경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기한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이후 공급 차질 우려가 확대하면서다. 아울러 미국 원유 재고 역시 큰 폭으로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 원유 재고가 전주 대비 216만9000배럴 줄어든 4억1628만7000배럴로 집계됐다.
문제는 유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전기·가스 등 공공에너지 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가스·수도요금은 전년 동기 대비 21.1% 상승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로 지난 4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한 가운데 전기·가스·수도요금의 물가 기여도가 0.71%포인트에 달했다. 통상 국제유가 오름세는 최소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전력 도매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점을 고려하면 올 겨울 한국전력의 전기 구매 단가가 치솟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유가에 따른 수입물가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달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4.4% 오르며 1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수입물가가 오르면 무역수지 적자가 커질 수 있다. 국내 휘발유 가격도 치솟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ℓ) 당 1794.50원으로 전날(1794.41원) 대비 소폭 상승했다.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이달 4주차 휘발유 가격은 ℓ당 평균 1789.7원으로 전주보다 13.39원 올랐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중지) 가능성도 대외 경제의 변수로 작용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셧다운은 10월1일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할 경우 필수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 기능이 모두 중단된다. 미 경제 불확실성이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정부는 국제 유가 상승 및 미국 셧다운 우려 속에도 전반적인 경기 흐름은 상반기 보다 하반기 더 좋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경기 이천시 SK하이닉스 사업장에서 "경기 흐름은 일단 바닥에서 서서히 회복 국면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수출은 10월이나 조금 늦어도 11월에는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