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미국 경쟁당국인 연방거래위원회(FTC)가 26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소송에는 뉴욕, 미시간, 매사추세츠 등 17개 주(州)도 참여했다. 현재 뉴욕증시에서 아마존의 주가는 4%대 낙폭을 나타내고 있다.
리나 칸 FTC 위원장은 이날 17개 주 법무장관들과 함께 워싱턴주 시애틀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공개된 소장에는 "아마존이 상품을 눈에 띄는 곳에 배치하는 대신 판매자들이 자사의 물류·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강요하고, 아마존 외 경쟁사이트에서 더 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들에 패널티를 부과했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이는 연방 및 주정부의 독점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칸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아마존이 시장 독과점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한 사업 관행을 하고 있다면서 "아마존은 판매자들이 2달러를 벌어들일 때마다 1달러를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마존이) 가격을 인상하고 서비스를 저하시키면서 시장 독점을 악용해 자신만 부유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이번 소송에서 승소할 경우 시장 경쟁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에는 뉴욕, 코네티컷, 미시간, 매사추세츠 등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이른바 블루스테이트가 대거 참여했다. 법무장관이 공화당 소속인 오클라호마, 뉴햄프셔주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재 FTC와 17개주는 법원측에 아마존의 불법 행위를 금지하고 경쟁을 회복시키기 위해 독점통제권을 완화시킬 수 있는 명령을 요구하고 있다. 법원에 기업 해체를 요청할지 여부는 소장에 명시되지 않았다. 칸 위원장은 이날 관련 질문에는 직답을 피했다.
아마존은 즉각 반발했다. 아마존의 공공정책 책임자이자 법무 자문위원인 데이비드 자폴스키는 "오늘 FTC가 제기한 소송은 사실과 법률에 비추어 잘못된 것"이라고 법정에서 이를 다룰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FTC가 문제로 삼은 관행은 업계 전반에 걸쳐 경쟁, 혁신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됐다. 아마존 고객들에게 더 많은 선택권, 더 낮은 가격, 더 빠른 배송을 제공했고, 판매 기업들에게도 더 큰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일찌감치 예고돼온 조치다. FTC는 수년 전부터 아마존을 대상으로 이러한 불공정한 비즈니스 관행을 조사해왔다. WSJ는 "FTC 위원장인 리나 칸은 과거 예일대 법대 교수시절부터 저널 기고문 등을 통해 아마존과 같은 대기업들에 대한 우려를 계속 표해온 인물"이라고 주목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 빅테크를 타깃으로 한 반독점 제소도 잇따르는 상황이다. 앞서 미 법무부는 구글이 검색시장 독점을 위해 불법적 계약을 체결했다며 알파벳을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12일 본격화된 해당 재판은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 이후 25년 만의 최대 규모 반독점 소송으로, 11월 중순께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어떤 결론이 나오든 양쪽 모두 항소가 예상돼, 수년간 법정 다툼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뉴욕증시에서 이날 오후 아마존의 주가는 전장 대비 4%이상 떨어진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구글 알파벳, MS, 애플 등 다른 빅테크주들도 일제히 2%대 낙폭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