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리기자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국제공항에서 차로 20분, 왕복 10차선 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따라 내려오다 보면 홍강 너머에 웅장한 호수가 나타난다. 둘레 17㎞ 규모 서호(웨스트레이크)다. 위에서 보면 하트 모양을 띤 서호의 서북쪽에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자리했다. 롯데쇼핑이 베트남에 하노이에서 연면적 약 35만4000㎡(약 10만7000평) 규모로 선보이는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다. 호안끼엠 호수 근처 중심업무지구(CBD)보다 7~8㎞ 북쪽에 있지만, 근처에 계획인구 4만5000명인 시푸트라를 비롯한 신도시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고급 빌라촌과 외국인 거주지역이 밀집했고, 고위 공직자와 자산가가 선호하는 부촌도 있다. 탄탄한 배후수요를 바탕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전경[사진제공=롯데쇼핑].
20일 오후 찾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첫인상은 '베트남의 롯데월드몰, 혹은 그 이상'이었다. 정문에 들어서자마자 천창을 통해 쏟아진 빛이 이곳에 설치된 작품에 반사돼 장관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베트남 현지인뿐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일제히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게 하는 마법 같은 공간이었다. 외관뿐 아니라 층별로 세분화한 테마와 하노이를 넘어 베트남에서도 본 적 없던 차별화된 브랜드 구색, 가족 친화형 체험 콘텐츠 등이 국내 대표 몰과 비교해 뒤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지난 7월28일 프리 오픈 후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일평균 방문객은 3만명. 누적 방문객은 정식 오픈 전 벌써 200만명에 육박했다. 하노이 인구가 약 84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하노이 인구 5명 중 1명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 방문한 셈이다. 방문 인원의 절반 이상이 35세 미만으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전체의 60% 수준이 오픈한 상황에서의 성과로, 그랜드 오픈 후엔 일평균 4만명 수준도 거뜬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엔 쇼핑몰뿐 아니라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 롯데그룹의 다양한 콘텐츠가 한데 모였다. 쇼핑뿐 아니라 문화 콘텐츠까지 한 곳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어린 아이를 둔 젊은 가족, 친구, 연인 등의 '하루짜리 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부회장)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계열사의 모든 역량을 헌신적으로 쏟아부었다"며 "베트남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내부에 방문객이 붐비고 있다[사진=김유리 기자].
지하 1층은 마트·아쿠아리움, 1층은 해외 컨템포러리·뷰티, 2층은 영패션, 3층은 골프·리빙·키즈, 4층은 복합문화공간·시네마, 5층은 키자니아 등 층별 테마 구분이 명확해 몰을 직관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베트남 내 타 쇼핑몰 대비 큰 강점이다.
쇼핑몰 입점 브랜드 경쟁력은 한국 못지않았다. 자라와 마시모두띠를 한 번에 쇼핑할 수 있고, 나이키 플래그십 매장과 조말론·딥디크 등 니치향수 매장도 하노이 최초로 입점했다. 전체 MD의 40%를 하노이 또는 베트남 최초로, 플래그십 콘셉트 특화 콘텐츠로 구성했다.
특히 4층 복합문화공간은 디자인 특화 서점과 갤러리, DIY공방, 쿠킹클래스 등이 이뤄지는 문화센터, 아트 갤러리 등으로 이뤄져 고객이 머물다 가는 곳으로 자리 잡았다. 프리오픈 후 4층 영수증 펀칭 건수가 전체 건수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아이들을 위한 키자니아, 챔피언1250도 프리오픈 예약부터 뜨거웠다. 평일 대비 주말 매출이 약 2.5배 많은데, 이 중 키즈 관련 매출은 4~5배 많은 수준이다. 키자니아는 사전 멤버십 모집 시작 3일 만에 가입자가 1000명이 넘을 정도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노이에만 23개 쇼핑몰과 백화점이 있지만, 쇼핑에만 치중한 베트남 빈컴과 일본 이온몰 등과 롯데몰이 가장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집객 콘텐츠가 전체 면적의 40%로, 상품 콘텐츠(45%)와 유사한 수준이라는 것이 큰 차별화 포인트"라고 말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3층 더푸드홀 내 K-푸드 코너에 긴 줄이 늘어서 있다[사진제공=롯데쇼핑].
3층과 4층에 집중된 식음료(F&B) 매장에 베트남 현지 맛집을 유치하기 위해 7개월 이상 공을 들이기도 했다. 그 결과 현지인이 인정하는 쌀국수 맛집 '퍼틴로득'은 77년 만에 롯데몰에 2호점을 냈다. 베트남 최초 에그커피 매장인 '카페지앙'은 몰 내에서 평당 월매출이 가장 높은 매장이다. K-컬처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시범운영 기간 패션, 뷰티, F&B 등 전 상품군에 걸쳐 유치한 총 36개의 한국 브랜드 중 6개가 매출 상위 10개 브랜드에 이름을 올렸다. '이차돌'이 선보이는 '십원빵' 매장 앞엔 평일 오후에도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마트 역시 그로서리(식료품)를 90%까지 끌어올린 특화 매장으로 선보여 오픈 초 주말 일평균 방문자 수가 2만명을 넘어섰다. 베트남 내 롯데마트 가운데 최상위권 매출이다. 외식문화가 보편화된 베트남 시장 맞춤형으로 선보인 푸드코트 '요리하다 키친'은 김밥 등 K-푸드를 중심으로 평일 오후에도 방문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주말 피크 시간대엔 몰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이곳에서 산 음식을 먹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강성현 롯데마트·슈퍼 대표는 "한국에서 전문가를 파견, 현지 셰프 교육만 한 달 이상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역시 베트남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이었던 지난 1~4일, 하루 평균 1만여 명이 방문했다. 롯데시네마 웨스트레이크점은 오픈후 누적 관람객 수가 하노이 전체 영화관 중 1위, 베트남 전국 기준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현지 반응이 뜨겁다. 5성호텔로 해외에 첫발을 내디딘 L7까지 합세해 올해 목표치인 매출 800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롯데마트 웨스트레이크점 내 ‘요리하다 키친’에 방문객이 붐비고 있다[사진제공=롯데쇼핑].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그랜드 오픈일인 오는 22일엔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해 관계사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해 기념식을 진행한다. 특히 신 회장의 아들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도 참석, 함께 테이프를 끊으며 후계 구도를 공고히 할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이번 베트남 방문 일정 동안 신 상무와 함께 현지 사업장을 둘러보는 한편, 베트남 정·재계 관계자들을 만나 롯데의 베트남 사업 강화 방안을 모색하고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대한 지지도 요청할 계획이다.
롯데는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베트남 랜드마크로 성장시키는 한편, 향후 베트남 시장에서 자산개발 역량을 추가해 새로운 형태의 복합몰을 선보인다는 포부다. 5년 안에 1~2개 사이트를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최근 '롯데쇼핑 CEO IR 데이'에서 김 부회장이 밝힌 '2026년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을 위한 6대 핵심 역량'에 동남아 비즈니스 확장이 포함된 것과 궤를 같이한다. 김 부회장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와 함께 '아시아 넘버원 리테일러'로의 여정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