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지점 없는 은행일수록 위기 시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평소에는 지점 밀도가 낮은 은행들이 인터넷뱅킹에 익숙한 기업·개인 고객 예금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 반대로 위기가 터지면 예금자들이 온라인으로 빠르게 거액의 예금을 유출할 위험도 높다.
13일 예금보험공사의 '은행 지점 밀도와 뱅크런 취약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미국 뱅크런 당시 파산한 은행들의 지점 밀도가 은행 중에서도 최하위권이었다고 밝혔다. 자산규모 1750억달러였던 실리콘밸리 은행의 지점은 단 17개였다. 시그니처 은행(1040억달러)도 38개에 그쳤다. 퍼스트리퍼블릭(1660억달러) 은행은 87개였다. 지점 밀도란 '예금 10억 달러당 지점 수가 몇 개인지'를 뜻한다. 이 지점 밀도로 따지면 각각 0.1, 0.36, 0.53에 그쳤다. 미국 은행의 지점 밀도 하위 10분위가 0.7이었는데 이보다 낮은 수치였다.
보고서는 "2010년에서 2022년 사이에 지점 밀도가 하위 10%에 해당하는 은행들의 예금은 129% 증가했다"며 "지점 밀도가 평균 이상인 은행들의 예금증가율(32%)을 크게 웃돌았다"고 전했다. 미국 은행들의 지난해 전체 지점 수(7만9186개)는 2009년(9만9550개) 대비 20% 감소했다. 반면 총 예금은 같은 기간 76% 증가(7조5500억달러→13조2900억달러)했다.
이 두 가지 현상은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은행의 점포 수는 총 5800개로 2012년(7699개)에 비해 25% 감소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 같은 아예 지점이 없는 인터넷은행들이 영역이 커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온라인뱅킹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가계 예금도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 예금통화는 2020~2022년 사이에 연평균 169조원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62조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인 63조원과 유사한 수준 몸집을 불리는 중이다.
김동환 예금보험공사 디지털금융팀 박사는 "실리콘밸리·시그니처·퍼스트리퍼블릭 외에도 다른 지점 밀도가 낮은 은행들까지 뱅크런에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올해 초 뱅크런이 터졌을 때 전후로 미국 은행 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알 수 있다. 다른 은행보다 예금 10억 달러당 지점 수가 약 6개 적은 은행의 경우, 온라인 뱅킹 트래픽이 28% 더 많이 발생하고 주가수익률은 4% 추가 하락했다.
김 박사는 "미국의 1분기 예금 규모 변화를 봐도 지점 밀도가 낮은 은행들에서 더 많은 예금이 유출됐으며, 특히 비보호예금의 유출 증가에 영향을 줬다"며 "우리나라 일반은행과 상호저축은행의 온라인 뱅킹 의존도를 위기 시 뱅크런 취약성에 대한 지표로 검토해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