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사망한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A씨가 국제아동권리단체 세이브더칠드런를 수년간 후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서 A씨가 초등학교 교사노조에 교권 침해 사례를 제보하면서 “아동학대 조사 기관의 어이없는 결정을 경험했다. 그들은 교육 현장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 아동학대 조사 기관이다.
대전서부 아동보호전문기관 홈페이지에 따르면 세이브더칠드런은 대전시에서 위탁받아 대전 서부(서구·유성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을 운영한다.
11일 대전교사노조와 연합뉴스 등은 A씨가 자녀를 낳은 2011년부터 수년간 이 단체에 월 3만원씩 후원했다고 밝혔다. A씨는 후원하던 네팔의 한 아동이 다른 지역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 후원을 종료했다.
이어 노조는 유족의 말을 빌려 "A씨가 출산과 함께 마음으로 낳은 아이를 후원하고자 했다. 가장 중립적이고 종교색이 없는 단체 같다며 세이브더칠드런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세이브더칠드런 관계자는 "2011년께 후원자 명단에 A씨와 같은 이름이 있지는 않다. 다만 후원 종료로 기록이 말소됐거나 A씨가 자녀의 이름 등으로 후원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2019년 A씨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하자 경찰은 이를 아동학대 의심 사례로 판단했다. 이후 관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사례를 통보했고, 세이브더칠드런이 운영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은 한 달간 다섯 차례 관련 아동과 학부모, 교사 등 전 학급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엔 “아동에게 심리적 어려움이 있음을 확인했고 상담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는데, 당시만 해도 경찰에 조사 결과를 제출할 의무가 없었다.
그러다 2020년 초 아동의 학부모가 경찰에 고소하면서 A씨 관련 수사가 재개됐다. 이때 세이브더칠드런은 경찰에 제출 의무가 생겨 조사 결과를 전했다.
앞서 20년 넘게 교직생활을 했던 40대 교사 A씨는 지난 5일 유성구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후 병원에 이송됐지만, 이틀 만인 지난 7일 오후 6시쯤 숨졌다.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유성구 소재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중 친구를 폭행한 학생을 교장실에 보낸 것을 계기로 수년간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시달렸으며, 2020년에는 무고성 아동학대로 고소당했다. 올해 근무지를 다른 초등학교로 옮겼으나 줄곧 트라우마(사고후유장애)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세이브더칠드런은 후원을 끊겠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액이지만 유일하게 후원해온 단체인데 교사의 생활지도를 아동학대, 정서학대로 판단했다니 조금 아닌 듯싶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