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대령 사건…더 짙어지는 의혹의 그림자

민주당 "국방부장관 해임하고 특검 실시해야"
여당 일각 "인사교체 시점 미묘…증인 숨기나"

고(故)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수사 외압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인사 교체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른바 '꼬리 자르기'가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여당 일각에서조차 이번 의혹에 대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은 채 상병 사건 수사 은폐 및 대통령실 개입 의혹에 대한 특별검사안을 발의하겠다고 지난 6일 발표했고, 그보다 앞선 5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직권남용에 따른 탄핵 발언까지 나왔다.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박 대령은 7월 30일 임성근 해병대 제1사단장 등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이관할 것이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이종섭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대면 결재받았다. 이 장관은 7월 31일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통해 수사기록을 경찰에 이첩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박 대령은 지난달 2일 이를 경찰에 이첩했고, 국방부는 박 대령을 수사단장 보직에서 해임하고 집단항명 수괴(이후 '항명'으로 변경) 혐의로 국방부 검찰단에 입건했다. 박 대령은 이 과정에서 과실치사 혐의를 한정하라는 외압이 있었으며, 김 사령관을 통해 "VIP가 격노했기 때문에 상황이 이렇게 됐다"는 취지의 설명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혐의자를 포함시키지 않고 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발언(지난 4일 국회 예결위 전체 회의)이나 그간 국방부 입장과 배치된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해임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5일 오전 항명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용산구 국방부 군 검찰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고 있다. 권칠승 수석 대변인은 6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장관의 지시가 있었다'는 해병대 사령관의 진술이 담겨 있었다"며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이 박 전 수사단장에게 '혐의사실과 혐의 내용을 빼고 조사기록만 넘기라'고 했다는 통화도 사실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채 상병을 죽음으로 내몬 사단장을 보호하려 외압을 행사하고서 뻔뻔하게 거짓말로 일관한 국방부 장관을 국민은 두고 보지 않는다"며 "만약 윤 대통령이 해임을 거부한다면 수사 외압이 대통령의 지시라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의혹이 확산하면서 여당 일각에서조차 의혹 규명이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7일 KBS 라디오에서 "군 형법에 따라 항명이 되려면 정당한 지시, 정당한 명령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박 대령이 수사한 부분에 대한 국방부와 대통령실의 여러 가지 의혹들을 보면 이게 과연 정당했느냐. 해병대 사령관하고 해군 참모총장하고 장관이 보고 결재한 걸 뒤집은 것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령 진술을 보면 VIP가, 대통령께서 격노하고 국방부 장관한테 전화해서 질책을 하고 이렇게 하면 사단장 누가 해먹느냐고 이렇게 말씀하셨다는 거 아닌가"라며 "그게 사실이라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에 구체적으로 직권남용이라는 불법이 드러나는 첫 번째 사건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임종득 국가안보실 제2차장과 임기훈 국방비서관을 동시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사 교체 시점이 미묘하다는 의혹도 나왔다. 박 대령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이른바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것이다.

유 전 의원은 "말이 안 된다"며 "핵심 증인들을 하나하나 어디 숨기거나 치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7월30일 오전에 대통령이 참석했다는 수석보좌관회의에 국방비서관이 있었고 보고를 했다"며 "그 자리에서 대통령께서 격노하셔서 국방부 장관하고 통화로 질책했다면 그 자리에 수석보좌관회의에 참석했던 사람은 다 들었을 거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정감사나 국정조사 하면 여야가 증인을 채택하는 문제 가지고 싸우고 또 안 나오면 그만"이라며 "현직에 있으면 나와야 하는데 다른 자리 가면 핑계 대고 안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들에 대한 인사 조치가 채 상병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적어도 6개월 이상 전, 채 상병 이슈를 포함해서 최근에 일어난 사건들보다 훨씬 이전부터 준비되고 계획된 종합적 플랜"이라고 반박했다.

이슈1팀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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