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조슬기나특파원
미국 할리우드 작가·배우들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영화사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메이저 영화사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는 파업 여파를 반영해 올해 연간 이익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는 5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올해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을 105억∼110억달러(약 14조∼14조6700억원) 범위로 낮췄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달 실적 발표 당시 제시한 것보다 최대 5억달러 하향된 수치다.
회사측은 "조정된 EBITDA는 주로 파업의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 8월 3일 실적 발표에서 회사는 파업이 9월 초까지 해결될 것으로 가정한 올해 재무 가이던스(전망치)를 제공했다"면서 "파업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으며 이러한 재정적 여파가 올해 말까지 회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미 작가조합(WGA)과 배우·방송인 노동조합(SAG-AFTRA)은 각각 지난 5월, 7월부터 기본급 인상, 인공지능(AI) 도입에 따른 작가·배우들의 권리 보호 등을 요구하며 수개월째 파업을 벌이고 있다.
다만 워너브라더스는 영화 '바비'의 강력한 흥행에 힘입어 올해 잉여현금흐름 전망은 최소 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업으로 인해 제작비 지출이 줄어든 것도 잉여현금흐름 증가에 여파를 미쳤다. 회사측은 파업 상황에 따라 향후 전망을 추가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투자은행 트루이스트의 매트 손톤 분석가는 파업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러한 연간 지침 하향조정은 놀랍지 않다고 평가했다. 밀컨 연구소의 케빈 글로든 수석글로벌전략가는 이번 파업으로 미 국가경제에 50억달러 이상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1일 공개된 노동부의 8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파업 여파로 인해 영화, 음반사업 고용은 1만7000명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워너브러더스를 포함한 영화·TV 제작자연맹(AMPTP)은 지난달 말 작가·배우 노조와 협상을 재개했지만 아직 진전은 없는 상태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2023~2024년 시즌 TV시리즈물과 영화들의 개봉, 제작 일정이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워너브라더스는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듄' 속편 개봉일자도 올해 11월에서 내년 3월로 미뤘다. 현지 언론들은 아직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박스오피스 전반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뉴욕증시에서 워너브라더스의 주가는 이러한 하향조정 여파로 장초반 하락세를 보이다 오후 현재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