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기금운용위, 장관·노조 빼고 전문가 채워라'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 수익률 높이기 위한 거버넌스 개편 제언

보험료 인상을 골자로 하는 연금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저항을 최소화하려면 기금 운용 수익률도 함께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선 수익률의 90% 이상을 좌우하는 자산배분의 결정 구조를 전문가 중심으로 바꾸는 근본적인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기금운용발전전문위원회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의 기금운용 개선방안’을 담았다. 기발위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총 14회에 걸쳐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운용 개혁 방안을 논의한 회의 결과다.

1일 코엑스에서 열린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상 공청회에서 재정계상위원회 위원들이 앉아 있는 옆에서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단체 회원들이 국민연금 개악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기발위는 위험자산 투자 비중 등을 높여 자산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근본적인 운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금운용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민간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하는 근본적인 거버넌스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략적 자산배분이 운용 성과 결정...전문가 중심 거버넌스로 바꿔 수익률 높여야"

기발위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전체 운용성과의 95% 이상이 전략적 자산배분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현행 자산 배분 체계는 이렇게 중요한 전략적 자산배분 적절성에 대한 리뷰가 불가능하고, 결과적으로 아무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라는 진단이다.

국민연금법 규정에 따라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맡는다. 여기에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 차관 4명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1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석해 총 6명의 정부측 위원이 있다. 이밖에 사용자 대표 3명, 근로자 3명, 지역가입자 대표 6명, 관계전문가 2명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기구가 전문성이 부족한 공무원, 노동계 인사 등으로 채워져 있는 것이다.

기발위는 기금운용위 개편을 통해 민간 위원장과 전문가 위원으로 구성함으로써 이들이 전략적 자산배분 등을 포함한 의사결정을 실질적으로 담당하도록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편될 체제의 대표성 문제 등을 보완하려면 대략적인 투자 방향을 결정하는 보건복지부 산하의 독립적인 조직을 추가로 둘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정부 및 가입자 대표가 위원을 맡는 제도운영위원회(가칭 국민연금정책위원회)를 구성해 이들이 장기적인 재정계산(장기 재정추계)을 실시하고 기준 포트폴리오 개념을 도입하고, 리뷰하는 등 역할을 맡는 것이다.

제도운영위원회는 ‘기준포트폴리오’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움직일 것을 권고했다. 박영서 기금운용발전위원회 위원장은 “기준포트폴리오는 국내주식, 국내채권, 해외주식, 해외채권 등 투자 비중에 대한 결정보다 한차원 더 상위의 개념”이라며 “심플하게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투자 비율을 몇 대 몇으로 할 것이냐는 의사결정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표성을 중심으로 한 제도운영위원회가 대략적인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결정해주고 책임을 지도록 하면, 전문가 중심 기금운용위가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위험자산 투자 비중을 대폭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함께 내놨다. 박 위원장은 “캐나다, 미국, 네덜란드 등 선진국 공적연금의 수익률이 우리 연기금보다 높은 이유는 위험자산의 투자 비중이 (국민연금보다) 높기 때문”이라며 “금융시장 기본 원리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인 만큼 우리도 위험자산 투자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거버넌스 개편에는 국민연금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기발위는 앞서 제시한 근본적 여러 개선 방안 외에도 현행 체계 내에서의 개선 방안들도 함께 제시했다. 법 개정 없이 ‘기준포트폴리오를 통한 전문가에 의한 투자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려면, 현재 국민연금내 기금운용본부에 전략적 자산배분 결정을 위임하는 방식 등도 후순위로 제시했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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