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한 모금]골육종이 암이었구나…어느 배우의 10년

편집자주 그 자체로 책 전체 내용을 함축하는 문장이 있는가 하면, 단숨에 독자의 마음에 가닿아 책과의 접점을 만드는 문장이 있습니다. 책에서 그런 유의미한 문장을 발췌해 소개합니다.

저자는 배우로, 광고 모델로 왕성하게 활동할 당시 골육종 진단을 받았다. 병명에 암이라는 말이 없어서 심각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세 차례나 대수술을 받고 10년 넘게 힘겨운 시간을 보내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몸이 아프면서 마음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암뿐 아니라 많은 병이 마음과 관계가 있으며 몸과 마음은 분명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과학적으로 좀 더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저자는 상담심리학과에 편입해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여 마음 챙김, 치유, 건강 심리 등을 배웠다. 자신을 괴롭히던 불안과 분노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서 벗어나면서 건강이 회복되었고, 마침내 ‘완치’ 판정을 받았다. “죽음의 문턱 앞에서 돌아왔다고 갑자기 득도하지는 못했다”라는 그의 고백을 전한다.

대학병원에서 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나와 아내는 무덤덤했습니다. 의사가 골육종에 관해 설명해 주었지만, “독감입니다”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평온했습니다. 드라마처럼 까무러치게 놀라는 일도, 얼굴이 사색이 되는 일도 없었습니다.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애원하며 매달리지도, 흐느끼지도 않았습니다. 대범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처럼 일단 골육종이라는 병명을 몰랐습니다. 게다가 병명 자체에 위암이나 간암처럼 암이라는 글자가 없었습니다. 마음이 편했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막연하게 간단한 시술만 받으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 p.22~23

철이 들고 나서 인생이 쉬웠던 적이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소원에 따라 적성에 맞지 않는 대학을 다니느라 힘들었고, 출근이 결정되어 날아간 일본에서 갑자기 입사가 취소되자 살길이 막막해져 자살까지 생각했습니다. 배신을 당해 힘들었고, 가족 때문에 빚쟁이에게 시달리기까지 했습니다. - p.30

“선생님, 그런데, 알약으로 나온 세로토닌은 없나요?”

강의 내내 쉬우면서도 간단하고, 돈도 들지 않고, 부작용도 없는 세로토닌 생성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그런데 당장 그것보다 더 쉽고, 더 빠른 방법을 물어보는 것입니다. 병이 낫고 싶은 환자의 갈급한 심정이 담긴 질문일 수도 있겠으나, 사람의 게으름과 조급함의 단면을 제대로 보여준 질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시간 동안 열과 성의를 다한 강사의 노력이 수포가 되는 것 같아 내가 다 머쓱했습니다. 그런데 주변 반응이 더 놀라웠습니다. - p.125

마음이 편해지기 위해 붓다처럼 고행에 나서거나 박사 학위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겉으로는 웃고, 마음속은 감사로 채우면 됩니다. 절망과 공포, 분노, 미움과 시기, 우울함으로 마음을 채우면 내가 무기력해지고 난폭해지고 삶을 회피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작은 것에 대한 감사를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꾸준히 심은 감사로 인해 삶은 지탱되고, 혼돈과 공허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우리는 다이어트의 진리도, 마음의 진리도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 p.127

우리는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자꾸 맞서서 뭔가를 하려고 합니다.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거나, 줄담배를 피웁니다. 목을 놓아 울기도 하고, 노래방에 가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 하소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부정적인 정서에는 맞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맞서면 맞설수록 맞서는 속만 더 썩기 때문입니다. 술을 마시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나요? - p.168~169

당신의 마음이 따뜻해지면 좋겠습니다 | 김지경 지음 | 올림 | 248쪽 | 1만7000원

문화스포츠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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