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8.29%·경북 6.69%
중도·TK 진성성 전달 실패
막판 선거전략 패착 분석도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득표율 8.34%에 그치며 당초 목표였던 10%의 벽을 넘지 못했다. 투표 종료 한 시간 반 만에 조기 승복 메시지를 낸 이 후보는 "모든 책임은 저의 몫"이라며 패배를 인정했다. 선거기간 내내 외쳐온 세대교체와 보수 대안론은 확장성의 한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4일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20·30세대 남성 유권자 사이에서 견고한 지지를 받았다고 평가했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남성 중 37.2%, 30대 남성 중 25.8%가 이 후보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같은 연령대 여성 유권자들 사이에선 20대 10.3%, 30대 9.3%에 그치며 성별 편향이 뚜렷했다.
특히 대구·경북(TK) 지역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이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첫 일정으로 TK를 방문하고, 마지막 유세도 대구에서 마무리하며 공을 들였지만 대구 8.29%·경북 6.69%라는 결과에 진정성을 전달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향후 정치 행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건 범보수 진영과의 단일화를 거부한 결정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 압박 속에서도 이 후보는 "단일화는 없다"며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다. 그러나 최종 개표 결과 김 후보는 41.15%를 얻었고, 여기에 이 후보의 득표율(8.34%)을 합산할 경우 49.49%로 이재명 대통령의 득표율(49.42%)을 0.07%포인트 앞서는 수치가 된다. 단순 합산을 전제로 단일화가 있었다면 대선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뒷말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런 계산은 보수진영 내에서 이 후보에 대한 책임론을 키우는 배경이 된다. 명목상 단일화를 요구했던 김 후보보다, 이를 거부한 이 후보에게 '보수 분열의 책임자'라는 비판이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국민의힘 지도부는 선거 막판까지 이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했고, 김 후보는 직접 의원회관을 찾아가 손을 내민 것으로 알려졌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막판 선거 전략도 패착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이 후보는 선거 초반 토론을 통해 상승세를 타는 듯했지만 3차 TV토론에서 여성 신체 관련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지지율 하락을 자초했다. 개혁신당 내부에서는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개혁신당 선대본부 관계자는 "당내 일각에서도 막판 이 후보의 발언이 득표율에 영향이 미칠 것이란 우려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는 최종 득표율이 10%를 넘지 못한 탓에 선거 비용 보전도 받지 못하게 됐다. 당장 내년 예정된 지방선거까지 당의 생존을 위한 정비가 시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천하람 개혁신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이번 대선을 거치며 개혁신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2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생각한다"며 "이 후보와 지방선거 준비에 지금부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지금 뜨는 뉴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이 후보는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TK와 여성 유권자, 중도층을 아우르는 데 실패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이 후보는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기 위해서라도 당분간 일선에서 물러나 근본적으로 이번 선거를 성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