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예약 필수앱 ‘똑닥’ 돌연 “월 1000원”…업계 응원, 왜

6년 만에 첫 유료화 결정
수백억원 이르는 누적 적자 탓
월 1000원 구독료 “최소 조치”

아직 수익 어려운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업계 “성공 사례되길”

간편한 병원 접수 서비스로 '소아과 진료 대란' 해소에 역할을 한 애플리케이션(앱) '똑닥'이 유료화로 전환한다. 똑닥은 소아과·이비인후과 등 병·의원의 실시간 대기자 수를 알려주고 접수·예약을 돕는 앱이다. 맘카페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나면서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누적 가입자가 1000만명, 월간 이용자수(MAU) 100만명에 이르게 된 병원 예약·접수 1등 앱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2~3년간 수백억원의 누적 적자를 이기지는 못했다. 2017년 출시 이후 6년 만에 유료화로 전환하는 이유다.

소아과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똑닥의 병원 접수·예약을 이용하려면 다음 달 5일부터 월 1000원 혹은 연간 1만원의 구독 서비스비용을 내야 한다. 병원 검색, 실시간 대기자 수 확인 등 서비스는 지금처럼 무료 이용이 가능하다.

똑닥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 사이에서 없어선 안 될 앱처럼 여겨진다. 지난해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자 그 해 겨울부터 지금까지 영유아 사이에서 인플루엔자(독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등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 소아과 병원은 부족하고 환자는 늘 붐비는 가운데 똑닥이 '소아과 오픈런'이란 번거로움을 덜어준 것이다. 갑작스런 유료화 선언에 따라 아쉬움을 나타내는 맘카페 회원들도 더러 있다.

똑닥 운영사인 비브로스는 운영난을 겪고 있다. 누적 적자는 200억원이 넘는다. 2021년엔 65억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지난해엔 적자 폭이 70억~80억원으로 불어났다. 비브로스 관계자는 "올해는 (적자 폭이) 이보다도 더 늘어날 것 같다"고 했다. 비브로스의 지난해 매출이 21억원인 점을 감안할 때 감당하기 쉬운 적자 규모가 아닌 것이다.

똑닥은 2019년까지 앱 내 의료광고를 통해 한해 30억~40억원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지만, 의료법 위반 소지가 커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엔 병원 키오스크 판매 사업을 접어야 했다. 금리 인상 등 여파에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투자 유치도 힘들어진 형국이다.

배달비로 3000~4000원을 쓰는 시대에 월 1000원 등 유료화로 적자를 메꾸기란 쉽지 않다. 앱을 통해 실시간 병원 예약자 수만 확인하고 직접 전화를 걸어 접수하는 '체리 피커(cherry picker·구매는 하지 않고 실속만 챙기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구독자 수가 기대에 부응할지 여부도 장담할 수 없다.

비브로스 관계자는 "똑닥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으로 설정했고, 이를 통해 이렇다 할 큰 수익을 내지도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투자 냉각기에 적자 폭을 최대한 줄여서 오랜 기간 서비스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이번 똑닥의 행보에 대해 응원하고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수익을 내기 힘든 환경이어서다. 코로나19라는 계기로 비대면 진료가 나오고 있지만, 법과 규제에 가로막혀 시장을 떠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똑닥의 월 1000원 등 유료화 전환의 성공 여부는 결국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가 시장성이 있는지 가늠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수익을 내기 위해 골몰하고 있는 업계로서는 똑닥의 목표가 잘 자리잡을 수 있도록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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