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요”는 곧 “살려달라”는 말…AI 서비스 늘렸더니

중장년 1인가구 AI 안부확인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사진=양천구 제공)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사는 70대 남성 최모씨는 최근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반지하 방에 혼자 사는 최씨는 지난 5월 평소 앓던 뇌경색 질환이 다시 나타나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다. 그를 살린 건 다름 아닌 구청의 ‘인공지능(AI) 안부확인서비스’였다. 양천구는 AI 안부확인서비스 대상자에게 주 1회 자동전화를 걸어 운동, 건강, 식사·복약 상황, 현재 상태 등 안부를 묻고 있는데 마침 최씨에게 연락했을 때 그는 “수술받고 싶어요”라고 응답했고, AI 시스템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은 담당 공무원들이 꼼꼼하게 대처한 것이다.

안부확인시스템(AI관제센터)을 통해 통화내용이 자동 분석돼 양천구청 직원과 동 담당자에게 전달됐고, 동주민센터 소속 방문간호사가 최씨에게 직접 가 수술과 치료 등 모든 절차를 지원했다. 가족이 없던 최씨의 수술비 등 병원비는 서울형 긴급복지지원서비스로, 병원 동행은 돌봄SOS센터 동행지원서비스를 연계해 지원했다.

고독사 예방 AI 안부확인서비스

1인 가구 증가, 고령화에 따른 공공 복지서비스 확대에 인공지능(AI) 활용이 늘고 있다. 민원 전화 응대 등 단순 서비스에서 특정 계층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까지 확대 속도도 빠르다.

AI 안부확인서비스로 소중한 생명을 건진 최씨의 경우 서울시가 지난해 도입한 ‘서울시 AI 안부확인서비스’ 사업의 성공 사례 중 하나다. AI 안부확인서비스는 1인 가구 등에 AI 전화로 1주일에 한 번 안부를 확인하고, 필요할 때 자치구 행정동에서 해당 가구를 직접 확인·관리하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이 서울 대부분 자치구의 사업자로 선정돼 ‘누구 비즈콜’이라는 이름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주거취약 계층 1인 가구의 고독사가 늘자 고독사 예방 등을 위해 도입했고, 구청마다 목표 인원이 정해져 있다.

지난해 10월 이 서비스를 시작한 양천구는 서비스 대상 가구를 종전 200명에서 이달 말까지 400명, 연말까지 600명으로 늘리기로 하는 등 확장에 적극적이다. 이달 말까지를 위기가구 집중발굴 기간으로 정했다. 대상자는 ‘사회적 고립 위험가구’로 1순위는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 주거환경이 취약한 곳에서 거주하는 50대 이상 중장년 1인 가구다. 혼자 사는 고연령자나 동 주민센터에서 추천하는 가구도 대상이 된다.

양천구 관계자는 “대상자들이 전화를 받지 않거나 무응답이면 10분 간격으로 두 번 더 연락하고, 그래도 응답이 없으면 직원들이 바로 현장으로 달려간다”며 “현장에서도 인기척이 없으면 119와 협의해 문을 따고 들어가도록 매뉴얼이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사회적 고립, 고독사 등의 문제 예방을 위해 위기가구 집중발굴 기간을 통해 사각지대를 촘촘히 메워가려 한다”면서 “주변의 어려운 이웃이 있다면 주저 없이 가까운 동 주민센터나 구청으로 알려달라”고 했다.

AI활용 발달장애인 행동 분석 시범사업도

안부확인서비스의 원조는 광진구다. 광진구는 고령자 고독사 예방을 위해 1994년부터 한국야쿠르트와 협약을 맺고 음료 배달을 하며 안부를 확인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사물인터넷(IoT), AI 활용으로 기술 발전과 혁신이 이뤄지고 있다. 성동구는 AI 안부확인서비스인 ‘굿모닝 콜’ 등 사업에 최신 기술을 도입한 점을 좋게 평가받아 지난 4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정부혁신 최초, 최고 사례’ 17개 기관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AI로봇을 통한 돌봄 서비스는 이미 몇 년 전 시작해 보편화 단계다. 관악구는 2021년부터 혼자 사는 노인과 장애인에게 로봇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종로구와 서초구도 로봇을 보급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강동구는 1인 가구 중 우울증을 앓고 있는 가정을 선별해 AI로봇을 지원하고 있다. AI로봇들은 간단한 말동무가 돼 주거나 복약 안내, 위험 신호 감지 시 응급 신고 기능 등이 내장돼 있다.

발달장애인 가정 지원을 목적으로 'AI 활용 행동분석시스템' 도입하는 자치구도 있다. 도봉구는 올 연말까지 도봉발달장애인평생학습센터에 발달장애인 영상시스템(CCTV)을 설치하고, 영상 데이터베이스(DB) 분석을 위한 AI 엔진을 탑재하기로 했다.

자폐성 장애와 지적 장애로 나타나는 발달장애는 일부 과격 성향으로 자해나 주변인들에게 위험이 되기도 한다. 서울시와 도봉구는 이 시스템을 설치해 발달장애인의 행동을 분석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심리·행동 치료 방안 마련에 활용한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최근 공모를 통해 도봉구와 종로구를 이 시스템의 시범사업 도입 대상 자치구로 정했다.

지자체팀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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