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소정기자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중심으로 대폭 늘면서 2021년 9월 이래 월별로 가장 큰 증가 규모를 나타냈다. 은행 가계대출 잔액도 지난달에 이어 사상 최대를 기록하면서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7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6월 6조원 가까이 급증, 역대 최고치를 찍은 데 이어 큰 폭의 증가세를 지속했다.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증가 규모는 6조원으로 6월(5조8000억원)보다 늘었다. 이는 2021년 9월 6조4000억원 증가한 이래로 월별로 가장 큰 증가규모다.
주담대는 전세자금 수요가 둔화됐으나 주택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며 6조원이나 늘었다. 6조9000억원 늘었던 전월에 이어 큰 폭의 증가세를 나타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거래 상황을 보면 6월까지 아파트 매매거래량이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고 이는 2~3달 시차를 두고 자금 수요로 이어진다"면서 "주택구입 관련 자금 수요가 지속되면서 전월에 이어 주담대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은행 기업대출은 계절요인,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 등으로 전월 대비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 기업대출의 경우 5월 7조8000억원, 6월 5조5000억원으로 증가폭이 감소했으나 7월에는 8조7000억원 증가했다.
대기업 대출은 3조8000억원 늘어 전월 대비 증가폭이 확대됐다.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기업 운전자금 수요 등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한은은 "7월 중 은행 기업대출 증가규모 8조7000억원은 역대 7월 증가액 기준으로 통계속보치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후 세 번째로 큰 수치"라고 말했다. 역대 최대 증가규모는 지난해 7월 12조2000억원이었다.
은행 수신은 지난달 23조1000억원이나 줄면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시입출식예금은 전월의 계절적 증가요인 소멸, 부가가치세 납부 등으로 기업자금 등이 유출되면서 36조6000억원이나 줄었다. 은행수신은 지난 6월 38조4000억원 급증했었는데, 이는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와 결제성 자금확보 등을 위한 기업예금이 확대되면서 일시적으로 증가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정기예금은 가계자금을 중심으로 12조3000억원 증가했다.
8월 동향에 대해 윤 차장은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금리, 주택시장 상황, 은행 대출 태도, 계절적 패턴 등 다양하다"면서 "향후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예측하기 어렵고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어서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