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당뇨·비만 넘어 심혈관까지 '만능 치료제'되나

노보 노디스크 '위고비'
심혈관질환 20% 감소 효능 입증
일라이 릴리 '마운자로'는 2Q 1.3조 매출

만성질환 효능까지 더해지며
보험 적용 탄력 기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비만 치료제로 시장을 급속히 확대하고 있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약품의 심혈관 질환 확대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향후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8일(현지시간) GLP-1 계열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를 개발한 노보 노디스크는 세마글루티드의 주요 심혈관 사건(MACE) 예방을 위한 표준 치료의 보조제로 효과를 검증하기 위한 '셀렉트(SELECT)' 임상에서 MACE가 20% 감소하는 효능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이번 셀렉트 임상은 과체중 또는 비만이면서 당뇨 병력이 없는 심혈관 질환(CVD) 환자 1만7604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중 세마글루티드 투약군은 위약군 대비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 비치명적 심근경색 또는 비치명적 뇌졸중 등의 MACE가 20%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당뇨·비만뿐 아니라 심혈관 질환 예방 치료제로까지의 확장 가능성이 입증된 것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연내 학회에서 관련 세부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조만간 미국과 유럽에서 적응증 확장을 위한 승인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이 같은 결과가 알려지며 이날 노보 노디스크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는 전날 종가 대비 17.2% 오른 189.17달러(약 25만원)로 장을 마감했다. 또 다른 GLP-1 계열 치료제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로 관련 시장을 함께 이끄는 일라이 릴리도 매출 28% 성장, 영업이익 85% 증가라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주가가 521.6달러(약 69만원)로 전일 대비 14.9% 상승했다. 마운자로가 2분기에만 9억7970만달러(약 1조2900억원)의 판매 실적을 올린 것이 실적 호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일라이 릴리 역시 마운자로의 심혈관질환 관련 임상 '서마운트(SURMOUNT)-MMO'를 지난해 10월 시작한 상태다.

일라이 릴리의 당뇨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 [사진제공=일라이 릴리]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강하하는 효과가 있는 호르몬이. 이에 관련 약물들이 처음에는 당뇨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부수적으로 뇌에서의 식욕 억제 효과, 위에서의 음식물 배출 속도 감소 효과가 확인되면서 관련 치료제들이 비만으로 적응증을 확대하는 추세다. 여기에 심혈관 질환 관련 효능까지 확인되면서 GLP-1 시장이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란 기대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GLP-1 약물이 당뇨, 비만 치료제뿐만 아니라 심장 질환을 예방하는 치료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비만 치료제가 단순 미용 목적 외에도 비만으로 파생되는 많은 질병에 대한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데이터"라며 "GLP-1 비만 치료제에 대해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이번 심혈관 질환 예방 효능 확인은 보험 적용을 통한 시장 확대의 키 포인트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 공보험 중 하나인 메디케어는 비만 치료제에 대한 보험금 지급을 금지하고 있고, 대부분의 미국 사보험사들도 지나친 재정 악화를 우려해 보험 적용을 제한해오고 있다. 이지현·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심혈관질환에 대한 효용성을 임상 데이터를 통해 입증했기 때문에 비만 신약에 대한 보험 적용 주장이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광범위한 보험이 적용될 시 비만 치료제 시장의 폭발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풀이했다. 다만 GLP-1 계열 약물 복용 후 일부 환자들이 자해 및 자살 시도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럽의약품청(EMA)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관련 조사에 나서는 등 이들 치료제의 관련 부작용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은 아직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경기 화성시 동탄 한미약품연구센터[사진제공=한미약품]

한편 국내에서도 그동안 당뇨 치료제 위주로 개발돼왔던 GLP-1 계열 치료제의 본격적인 비만 치료제 개발도 점차 탄력을 받고 있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개발명 HM11260C)'의 비만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3상 시험계획(IND)을 지난달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출했다. 당뇨병이 없는 비만 성인 420명을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할 예정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기존 2형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돼 온 물질이다. 2015년 글로벌 빅 파마(대형 제약사) 사노피에 기술수출해 다양한 글로벌 임상 3상이 진행됐지만 2020년 관련 권리가 한미약품 측에 반환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2형 당뇨 환자 대상 임상에서 '유의미한 체중 감소'를 확인하는 등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됐다는 결과가 도출되면서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를 한국인의 비만 기준에 맞춘 '신토불이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국 제약사가 독자 기술을 통해 개발한 최초의 GLP-1 비만 신약으로서 한국인 체형과 체중을 반영한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으로 개발한다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마운자로 등이 20%가 넘는 감량 효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지만 초고도비만 환자는 그리 많지 않은 한국의 특성상 이 같은 감량 효과가 오히려 지나칠 수 있는 만큼 감량 효과와 부작용 등을 고려한 한국인 최적화 비만약을 만들겠다는 구상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외에도 GLP-1 유사체 기반의 다양한 신약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GLP-1에 글루카곤이 더해진 한미의 ‘듀얼아고니스트’는 MSD(미국 머크)에 기술수출돼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의 글로벌 2b상이 진행 중이고, 인슐린 분비 자극 펩타이드(GIP)에까지 작용하는 3중 작용제 '트리플아고니스트'도 NASH 타깃의 글로벌 2b상이 진행되고 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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