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3막 기업]병원동행·IT기기 교육 등 시니어 케어…앱 '이웃하다'

한혜련 이웃하다 대표

사회적 기업 '이웃하다' 한혜련 대표.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내후년이면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국민의 20%가 65세를 넘는 나라가 된다는 뜻이다. 생산가능인구 1명이 부양해야 할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2065년에는 우리나라의 총부양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내에서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을 전망이다.

어르신 부양 부담은 늘어가지만, 이 부담이 가족의 몫이라는 인식은 사라지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2년 한국복지패널 조사·분석 보고서'에 의하면 '나이 든 부모 부양책임이 자녀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이 21.39%로 15년 전(53%)보다 절반 이상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의 돌봄을 책임져야 하는 문제 때문에 형제가 서로 등을 돌리는 일이 끊임없이 생긴다. 결국에는 방치되는 노인도 많다. 이는 노인 고독사가 매년 증가하는 현상과도 관계가 있다.

‘이웃하다’는 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동행·돌봄서비스 매칭 전문회사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만난 한혜련 대표(44)는 “나와 내 가족이 돌봄이 필요할 때 믿고 맡길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싶은 마음에 창업했다”며 “특히 가족 간 돌봄 역할의 분담 문제로 갈등이 잦은 우리 사회에서 실마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웃하다’는 어떤 일을 하나.

▲돌봄 수요자와 제공자를 매칭하는 서비스를 운영한다. 돌봄이 필요한 분과 '이웃선생님'이라 불리는 돌봄 선생님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서로 정보를 상호 열람하고, 메시지를 주고받아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매칭 플랫폼이다. 선생님은 받고 싶은 시급을, 수요자는 내고 싶은 비용을 최저임금 선 위에서 각각 정하면 된다. 협상도 가능하다. 올해 6월에 리뉴얼해서 병원동행, 일상생활 동행, 키오스크 1대1 교육 등의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돌봄 서비스 매칭 플랫폼을 만든 이유가 궁금하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부모님을 비롯해 친척과 몇 년간 외할머니의 통원·병간호를 도왔다. 병원 진료가 있을 때마다 돌아가면서 보호자 역할을 했는데, 친척이 여러 명인데도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더라. 그래서 꼭 가족이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대신 가줄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그 비즈니스 모델로 2019년에 창업했다.

-이듬해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졌는데.

▲그래서 본격적인 서비스 시작은 2021년 말에나 할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사용성 테스트, 컨설팅, 법률검토 등 앱·서비스 개발에 좀 더 집중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당시에는 ‘백신접종 동행’이라는 메뉴도 만들어서 운영했다.

-사업을 조금씩 확장하고 있다고.

▲원래는 어르신들의 병원동행 매칭서비스 비중이 대부분이었는데, 도움이 필요한 대상은 어르신뿐만이 아니더라. 서비스 대상과 그에 맞는 사업을 계속 발굴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지금 앱 메뉴 중에는 다문화가정을 위한 ‘통역동행’도 있다. 체류 기간 연장 신청이나 학부모 상담을 해야 하는 결혼이주여성을 위해 만든 서비스다. 이들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통역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틈새 수요가 있더라. 키오스크 교육도 최근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처럼 직원이 없는 편의점이 점점 많아지는데, 기계에 익숙하지 않으면 누구나 사용이 어렵다. 어르신들이 디지털 소외에서 벗어나는 데 조금은 기여하는 셈이라고 본다.

-어르신이 휴대전화 앱을 이용해 직접 신청하는 건 쉽지 않을 텐데.

▲보호자가 대신 가입해도 되게끔 하고 있다. 원하는 돌봄 서비스 내용과 성별, 연령대 등을 선택하면 그에 맞는 선생님을 매칭해준다. 수요자가 가입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다고 등록한 선생님들의 명단이 뜬다. 선생님은 활동 가능 지역을 최대 3개 동까지 등록할 수 있다.

-이웃선생님으로 등록하는 시니어도 많나.

▲50대가 다른 연령대보다 확실히 많다. 돌봄 관련 자격증에 관심을 갖고 있거나, 데이케어 센터 혹은 작은 요양 시설을 만들 계획을 가진 분들이 미리 경험해보기 위해 선생님으로 등록하는 경우가 있다. 퇴직 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나서 일은 하고 싶은데 시설에 취업해서 전업으로 일하는 건 부담스럽다고 여기는 분들도 많이 찾는다. 유연한 근무가 장점인 셈이다.

-서비스를 본격 시작한 지 1년 6개월 정도 됐다고. 이용자 수는 어떻게 되나.

▲전체 회원이 1600~1700명 정도 된다. SNS 홍보비를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꽤 많은 숫자라고 생각한다.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면서 가입자가 늘어나더라. 이 중 60%가 제공자(이웃선생님) 회원, 40%가 수요자 회원이다.

-이용자 반응이 궁금하다.

▲우리 서비스의 특징은 수요자가 제공자에게 메시지를 보내서 연락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게 아니라 바로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점이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 기다릴 필요 없이 바로 연결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마음 편해한다. 또, 한 번 연결되면 그새 친밀감과 신뢰관계가 형성돼 다음번 동행도 함께하는 비율이 높다.

-수익구조와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하다.

▲하루에 1번은 무료로 신청할 수 있고, 이후 6번 신청하면 1만5000원을 내야 하는 방식으로 수수료를 책정했다. 다만 지금은 앱을 리뉴얼한 지 얼마 안 됐고, 이용자를 더 많이 모집해야 하는 서비스 초반 단계에 있어서 무료 신청권을 많이 주고 있다. 곧 프리미엄 서비스도 출시한다. 돌봄과 차량을 동시에 지원하는 패키지 등이 포함될 예정이다. 지팡이나 휠체어 같은 이동 보조용품, 기저귀 같은 소모품을 유통하는 커머스 사업과 돌봄 전문 교육도 기획 중이다. 내년 투자 유치를 위해 이용자 확보에도 더 많이 힘쓸 예정이다.

경제금융부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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