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요일日문화]아이돌 팬들의 응원봉 떼춤…'오타게' 이야기

아이돌·애니메이션 팬의 응원법
동호회부터 국제 대회까지 문화로 굳어져

"저 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가."

혹시 일본 아이돌이나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이 한데 모여 팔을 양옆으로 휘두르는 춤을 보신 적 있으신가요.

한국에서는 애니메이션 박람회장의 물품보관소를 안내하는 표지 앞에서 단체로 이 춤을 추는 영상이 찍혀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최근에는 아이돌을 다룬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에 나온 이 춤을 따라 추는 '댄스 챌린지'가 '틱톡'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유행했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에 등장하는 오타게.(사진출처=최애의 아이 공식 홈페이지)

바로 애니메이션이나 아이돌 팬이 노래에 맞춰 응원용 봉을 휘두르며 추는 춤 '오타게'인데요.

이 춤, 도대체 왜 추고 어떻게 추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오늘은 오타게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오타게는 열성 팬인 '오타쿠'와 '예능'을 뜻하는 '게'(芸)의 합성어입니다. 열성 팬들이 보여주는 격렬한 춤이나 구호를 뜻하는 것인데요. 시초는 1990년대라고 합니다. 대중문화연구가들은 TV에 등장하지 못하고 지하 라이브 하우스 등에서 공연하는 '지하 아이돌'을 응원하는 데서 유래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소수의 팬이 같이 리듬에 맞춰 손뼉을 치는 정도였다고 해요.

오타게라는 말이 널리 퍼진 것은 2000년대입니다. 당시 걸그룹 AKB48 등 일본은 아이돌 전성시대를 맞죠. 이때 보급된 것이 우리가 흔히 '응원봉', 또는 '팬 라이트'라고 부르는 야광봉입니다. 눈에 잘 띄는 데다가, 아이돌들도 "콘서트에 갖고 와 달라"고 당부하면서 팬들에겐 필수 아이템이 됐죠.

오타게는 이 야광봉을 들고 여러 안무를 하게 되는데요. 동작 별로 부르는 명칭도 다르다고 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안무는 팔짱을 끼고 뜨겁게 시선을 보내는 '타이가'가 있습니다.

그리고 머리 위로 손뼉을 치며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회전하는 동작을 '마와리', 그리고 비스듬히 위를 가리킨 상태에서 팔을 당기는 '로맨스' 등이 있습니다. 보통 마와리와 로맨스는 연결 동작이기 때문에 '마와리 로맨스'라고도 부릅니다.

일본 오타게 안무 그룹 'Evolution N'의 선더스네이크.(사진출처=Evolution N 페이스북)

그리고 야광봉을 들고 쥐불놀이하듯 팔을 돌리는 동작은 '선더 스네이크'라고 합니다. 단체로 모여서 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아는 오타게는 선더 스네이크가 많다고 합니다.

동작을 글로 설명하려니 어렵습니다만, 오타게의 인기는 생각보다 뜨겁습니다. 일본에서 오타게에 사용하는 야광봉을 제일 많이 파는 업체 '루미카'의 경우 2007년 콘서트 응원에 특화된 응원봉을 출시했는데요. 현재 판매량은 연간 400~500만개에 달합니다. 이 야광봉의 상표명이 '사이륨'이기 때문에 오타게를 '사이륨 댄스'라고도 부릅니다.

다만 오타게 문화도 콘서트를 즐기는 인구가 많아지면서 슬슬 눈총을 받게 됩니다. 자신이 돋보이기 위해 야광봉을 개조하거나, 격렬한 동작으로 부딪히는 등 다른 관객들에게 피해를 주는 사례가 생겼기 때문이죠.

이 때문에 2010년부터는 야광봉 길이를 정해주거나, 객석 뒤에 오타게 전용 공간을 만들어주거나, 아예 오타게를 금지하는 등 다양한 규칙도 생겨났습니다. 심지어 오타게 때문에 내가 공연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며 주최 측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건 관객도 있었죠.

일본 오타게 안무 그룹 'Evolution N'의 공연 사진.(사진출처=Evolution N 페이스북)

그래도 매너 있게 즐기면 단합력을 도모하는 문화인 듯 합니다. 일본에는 오타게 동아리가 꽤 많은데요, 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 오타게 동호회도 있습니다. 심지어 세계 오타게 대회도 열리는데요. '사이륨 댄스 월드 배틀'이라는 국제 대회도 있습니다. 일본뿐만 아니라 대만, 싱가포르에서도 열리는 대회로 그 규모가 크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오타게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렸는데요. 단순한 몸짓을 넘어 아이돌의 역사와 함께 진화해온 팬들 만의 하위문화라는 의미도 있는 것 같습니다.

국제2팀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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