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특별법' 與 반발 속 패스트트랙 지정… 참사 244일 만에 추진

본회의 최종 상정까지 최장 8개월 소요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이 핵심
野"최소한의 책임" vs 與"참사의 정치화"

국회가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독립조사 기구 설치 등의 내용을 담은 '이태원 특별법'을 신속처리대상(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의 직회부 표결과 이태원 특별법에 반대한 여당 의원들이 전원 이석한 가운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안건 지정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태원 특별법은 여야 합의를 거치지 않을 경우 내년 총선 전후에 본회의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는 30일 오후 본회의에서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신속처리안건 지정동의의 건'을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재적 의원 185명 중 5분의3 이상의 찬성표(184명)를 받아 본회의를 통과했다. 투표는 무기명으로 진행됐다.

이로써 이태원 특별법은 2012년 도입된 이래 역대 5번째 패스트트랙에 올라탄 법안이 됐다. 앞서 지난 4월에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특검)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바 있다.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되면 본회의 상정까지 최장 11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 소관 상임위 심사(최장 180일), 법사위 심사(최장 90일), 본회의 부의(60일)를 거쳐 표결에 이르기까지 최대 330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르면 내년 총선 직전인 3월쯤 표결에 부쳐질 것으로 보인다. 21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전인 내년 5월25일 이후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킬 수 있게 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왜 패스트트랙까지 갔나

이태원 특별법은 지난 4월 야4당(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진보당)에 의해 공동 발의됐다. 이후 지난 2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됐다. 특별법의 핵심은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것이다. 참사 이후 국회는 국정조사를 진행했지만, 55일이라는 짧은 기간 탓에 충분한 진상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특별법은 조사기구에 직권으로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조사를 수행하고, 자료 및 물건의 제출명령, 고발·수사요청 권한을 지니도록 한다. 특별검사의 수사가 필요할 경우 국회에 이를 요청할 수 있고, 상임위원회는 3개월 내 심사를 마쳐야 한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서 국무총리 소속에 참사피해구제심의위원회를 두도록 하며, 국가가 의료지원금 지급, 심리 지원 등 피해자의 생활 전반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도록 한다. 또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개발, 추모공원 조성 등 재발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과 관련된 내용도 담았다. 특조위는 1년간(6개월 한차례 연장 가능) 활동하도록 한다.

참사 유가족들은 지난 8일부터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서울 광장부터 여의도 국회까지 9km를 걷는 행진 시위를 이어왔다. 또 지난 20일부터 국회 앞 농성장에서 단식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野 "이제라도 유족 목소리 응답해야" 與 "총선, 정쟁용 입법"

이날 여야 의원들은 표결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찬반 논쟁을 벌였다. 야당 의원들은 윤석열 정부의 참사 대응 과정을 비판하며 특별법 통과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주영이 아빠'라는 피해자 가족의 목소리를 인용하며 "딸이 떠나고 240일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주영이 마지막 모습, 위급 상황에 어떤 응급 조치들이 있었는지 진실을 알게 해달라고 수도 없이 외쳤지만, 여전히 저는 길거리에서 울고 있는 못난 아빠다"라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초유의 압사 사고인 이태원 참사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후속 대응은 적절했는지 국가기관의 역할은 잘 이루어졌는지 이 모든 것을 국민이 알아야 되지 않겠나"라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우리 국회가 제대로 응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159명의 시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에 대하여 응당 그 책임을 져야 할 공직자들은 별다른 책임을 지지 않은 채 그저 시간만 흘려보내면서 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이 일이 잊히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라며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신속처리안건 지정은 참사의 유족들과 시민들께 21대 국회가 보여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 정치"라고 강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야당이 참사를 정치화하고 있다며 패스트트랙 추진에 맞섰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당이) 정부와 여당에게 참사를 외면하는 유족의 아픔을 외면하는 나쁜 정권, 비정한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다"라며 "1년9개월간의 특조위, 그리고 최장 10년간 추모위원회를 통한 조사를 위한 조사를 통해서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참사를 정쟁화하고 총선용으로 키워나가려는 그 의도, 민주당의 위기 수습이라는 정치적 목적을 위한 의도가 있는 이 법에 저는 분명히 동의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도 "진실규명의 일차적 책임이 있는 수사기관과 법원의 판단을 받아보기도 전에 이 법안을 추진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졸속 입법"이라며 "2014년 세월호참사특별법도 이준석 선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1심 판결 선고 이후에 제정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내용상으로도 문제점투성이다. 특조위의 특검 요구권, 감사원 감사 요구권 등 수많은 초헌법적 권한을 준 것"이라며 "기관 간 협의 없이 공무원을 강제 파견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많은 조항이 현행법 절차와 맞지 않고 기존의 행정절차를 무시하고 있다"고 절차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치부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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