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조기자
올해 상반기 분양시장의 키워드는 서울과 지방 간의 양극화로 요약된다. 서울은 지난해 저조했던 분양에 대한 관심을 다시 끌어올렸는데 이는 주춤해진 금리 고공행진과 연초 정부가 규제를 완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방은 미분양 적체가 심하고 일부 단지를 제외하고는 청약 미달이 속출하는 등 전반적인 시장 분위기가 반등할 기미를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30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26일) 전국 아파트 청약 경쟁률은 평균 8.28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12.32대 1)보다는 낮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심화했던 하반기(4.06대 1)와 비교하면 냉각 분위기는 다소 누그러졌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52.36대 1로 가장 높았다. 지난 3월 영등포자이디그니티가 1순위 평균 198.76대 1을 기록한 데 이어 5월에는 새절역두산위브트레지움이 78.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두 단지 모두 계약까지 100% 완료했다.
이에 서울 미분양 주택은 1월 996가구에서 2월 2099가구로 급증했으나 3월, 4월 연이어 감소했다. 5월에는 소폭 늘었지만, 2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는 서울 일부 단지의 무순위 청약(줍줍)에도 광풍이 불고 있다. 단 2가구 공급에 93만명 이상이 몰린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가 대표적이다. 당첨 시 5억원가량의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지난 27일 단일 단지로는 사상 최다 신청 건수를 올렸다. 이 중 1가구가 무순위 청약 대상이었는데 무려 82만9804명이 신청해 기존 은평구 DMC파인시티자이(1가구에 29만8000여명 신청) 기록을 깼다.
하지만 서울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찬바람이 여전하다. 특히 지방은 전체 미분양 물량 6만8865가구 중 84%에 해당하는 5만8066가구를 떠안고 있다.
이 중 대구 미분양은 1만2733가구로,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1만가구가 넘었다. 청약 경쟁률도 올해 들어 6월 현재 0.07대 1로 가장 낮다. 이어 전남(0.14대 1), 제주(0.16대 1), 울산(0.21대 1), 강원(0.38대 1) 순으로 경쟁률이 저조했다.
수도권에 속한 인천도 상반기 경쟁률이 1.15대 1로 지난해 하반기(3.45대 1)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는 지난해 연간 청약 경쟁률과 유사한 수준인 6.4대 1을 나타냈으나, 고덕자이센트로(45.33대 1) 등 소수 단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하거나 모집 가구에 미달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분양은 타이밍도 중요한데 서울은 그 흐름을 잘 탔다. 지난해 말 미분양을 냈던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과 장위자이레디언트(장위4구역 재개발)가 올해 정부 규제 완화 후 전부 소진되는 가운데 영등포자이디그니티가 때맞춰 등장했다"며 "다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남아 있는 미분양을 잘 털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