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희준기자
'군사 정찰위성' 재발사를 예고한 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동창리 발사장)의 정비를 시작한 동향이 위성사진으로 포착됐다.
23일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북한이 지난 16일부터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위치한 서해위성발사장 내 '새로운 발사장'에서 정비작업에 돌입한 정황이 나타났다.
새로운 발사장은 북한이 지난달 31일 첫 정찰위성이라 주장한 '만리경 1호'를 장거리 로켓 '천리마 1형'에 실어 발사한 장소다. 위성사진에는 이 일대에 아스팔트 재포장이 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지난 만리경 1호 발사 당시 손상을 입은 발사대와 발사장 주변을 보수한 동향으로 평가된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을 1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했다.
또 다른 위성사진에선 북한이 (기존) 주발사장 인근 도로를 아스팔트로 포장한 장면도 함께 포착됐다. 특히 엔진 시험대 주변도 다시 포장한 흔적이 나타나면서 북한이 재발사를 위한 구체적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매체는 분석했다. 이 밖에도 북한이 발사체를 조립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이동식 건물을 기존의 위치에서 발사대 쪽으로 옮긴 정황도 위성사진에 담겼다.
재발사 시점에 대한 전문가 의견은 다소 엇갈린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공개적으로 실패를 인정하고 일군들의 무책임성을 비판했다는 것은 단순한 결함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별다른 문책성 인사가 없었다는 점 등을 언급하며 "최대한 빠르게 위성 재발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해 발사한 우주발사체 '천리마 1형'의 잔해가 서해에 추락한 지 15일 만인 16일 인양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해군 제2함대사령부에서 언론에 공개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은 앞서 정찰위성 발사에 실패한 직후 곧장 '재발사'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지난 16~18일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8차 전원회의에서도 "빠른 기일 안에 재발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회의에선 위성 발사사업을 주관했던 일군(간부)들의 '무책임성'을 강하게 질책하는 고강도 총화가 진행되기도 했다.
다만 북한이 기술적 결함을 얼마나 빠르게 해결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북한 당국은 천리마 1형이 추락한 원인으로 '추진체계'와 '연료' 문제를 지목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원인 규명부터 시험평가까지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의 기술력 등을 감안한다면 이른 시일 내 재발사는 쉽지 않다는 것이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은의 '중대 과업'이 실패한 것인 만큼 북한 지도부의 속내도 복잡할 것으로 보인다. '탈북 외교관' 출신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일 '천리마'가 김일성 주석을 연상시키는 용어라는 점을 거론하며 "지금 김정은에겐 위성 실패 자체보다도 김일성과 직결되는 천리마가 서쪽 바다에 처박혀 우리에게 인양된 사실이 더 가슴 아플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발사체가 서해로 추락한 지 보름 만인 지난 15일 2단 추진체 일부로 추정되는 잔해물을 인양했으며, 현재 한미가 합동분석에 들어간 상태다. 아울러 추가 잔해물을 탐색하는 수색작업이 3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발사) 시기를 지금 특정해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한미 정보당국은 재발사 시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