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군에 잡혀 있는 동안 칼로 거세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사진출처=영국 선데이타임스 트위터 캡처]
영국 주간 선데이타임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각) 러시아에 억류됐다가 양국 포로 교환으로 풀려난 우크라이나군의 정신적 문제를 치료하는 전문 심리상담사 안젤리카 야첸코를 인터뷰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 수용소에서 각각 1개월, 3개월간 생활한 25세, 28세 우크라이나 군인 2명은 전문 심리상담사인 야첸코에게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들은 술에 취한 러시아 군인들이 자신들을 심하게 구타한 뒤 "네가 아이를 가질 수 없도록 하겠다"라며 칼로 거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당시 피가 너무 많이 나서 어떻게 살 수 있었는지 지금도 의문"이라며 "우크라이나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중 한 명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
야첸코는 "이들의 경험담을 듣고 처음으로 전문가처럼 대처하지 못했다. 화장실에 가서 울고 또 울었다. 너무나 충격적이어서 잠시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었다"며 "고문 중에서도 거세는 신체적 피해를 줄 뿐 아니라 더는 남자구실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심리적 고통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들의 존엄성은 너무 심하게 훼손됐다. 신체뿐 아니라 그들은 막 성생활을 시작한 젊은 남성으로, 호르몬의 영향을 받아 여전히 성적 욕구 등은 느끼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러시아 군에 의해 거세된 28세 우크라이나 군인은 "전장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고, 여성이 없는데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며 전투 복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군 포로들이 포로 교환 절차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사진출처 = AP 연합뉴스]
이에 야첸코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러시아인들을 죽이고 싶은 동시에 자신의 삶은 가치가 없다고 비관해 본인이 죽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피해자의 심리를 분석했다.
선데이타임스는 점령지에서 러시아인에게 강간당한 여성과 소녀들에 대한 국제적인 분노와 도움은 널리 퍼져 있지만, 점령되거나 감금된 남성과 소년에 대한 성적 폭력에 대한 관심은 훨씬 덜하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7월에는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 군인 포로들을 거세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 유포되기도 했다. 당시 우크라이나 유엔 인권조사단은 "전쟁 포로와 전투력을 상실한 사람을 고문하고 즉결 처형하는 것은 전쟁범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