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인상 불발…한전, 상반기 8조대 적자 전망

목표주가 3만원→2만2000원으로 27% 하향
6월 말과 9월 말 제외하곤 요금 인상 어려워

기대했던 전기 요금 인상이 불발되면서 한국전력 주가가 당분간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전의 재무 부담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어서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전 주가는 올해 1만9350원(1월 2일)에서 1만8010원(3월 31일)으로 0.69% 하락했다.

한국전력이 4분기 전기요금 연료비 조정단가 발표를 앞두고 있는 30일 서울 도봉구 주택가에 전기계량기가 설치돼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최근 한전 주가는 전기 요금 인상 결정을 앞두고 상승하다, 발표 이후 급락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기 요금을 인상했지만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거나 동결에 그쳤기 때문이다. 적자가 이어질 것이란 우려에 주가도 힘을 못 쓰고 있다.

한전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32조6034억원이었다. 2021년 영업손실(5조8465억원) 규모보다 26조7569억원 급증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한전은 지난해 말 누적 적자를 해소하려면 올해 전기료를 51.6원 인상해야 한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한전 주가는 지난해 말 2023년 1분기 요금 인상 발표 전(12월 28일) 2만2450원까지 상승했다. 그로부터 2일 후 한전이 전기 요금을 킬로와트시(kWh)당 13.1원 인상한다고 밝히자 주가가 급락했다. 1979~1980년 오일쇼크 이후 약 40여 년 만에 최대폭으로 인상했지만 시장 기대치였던 50원대 요금 인상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올해 2분기 전기료 인상을 앞두고도 한전 주가는 1만7300원(3월 16일)에서 1만9010원(3월 31일)까지 올랐다. 그러나 전기료 동결 소식에 4.66% 급락 마감했다. 한전의 재무 부담 탓이었다.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한전 실적 컨센서스를 보면 올해 상반기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영업손익 전망 추이는 1분기 -5조3333억원, 2분기 -2조9080억원, 3분기 3328억원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연내 전기 요금 인상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한전으로선 올해 전기 요금 인상을 논의할 기회는 6월 말과 9월 말이다. 여름과 겨울은 각각 냉방비와 난방비 수요가 급증해 전기료 부담이 많아 요금 인상 저항도 커지기 때문에 인상 결정이 쉽지 않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한전의 영업적자는 기존 8조6000억원에서 12조6000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고, 예상 BPS(주당순자산)는 기존 4만8956원에서 4만3270원으로 12% 낮춘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전의 목표주가를 3만원에서 2만2000원으로 27% 하향 조정했다. 재계 관계자는 "한전의 자금 조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전기 요금 인상이 유일하다"라며 "4월 중으로 kWh당 10원 내외의 전기 요금 인상이 결정된다면 분위기는 반전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

증권자본시장부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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