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는 뭐했냐' 성토장 된 KT 주총, 박종욱 사장 '죄송하다'

31일 열린 KT 주주총회 현장, 주주들 고성

"물러나는 게 정상 경영이다." "법정이 편하냐 여기가 편하냐."

31일 오전 9시 서울시 서초구 KT 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주총회 현장. 대표이사 대행이자 주총 의장을 맡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개회 선언을 하자마자 주주들의 고성이 오갔다. 어수선한 분위기는 박 사장이 인사말을 읊는 동안 계속됐고, 일부 주주는 박 사장을 향해 "정치자금법 공범이 직무대행이 맞는 것인가. 감사는 그동안 뭐한 것이냐"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31일 서울 서초구 KT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KT 주주총회에 주주들이 총회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진=윤동주 기자 doso7@

박 사장이 "원래 의결권을 행사하고 경영과 관련 기대하는 바를 말씀드리는 소통 장이 됐을 것인데, 이번 주총이 그런 자리가 되지 못해 죄송하다"고 사과했지만, 장내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KT 주주모임은 이날 박 사장을 향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압이 일어나는 데 대해 주주들은 분노하고 있다"라며 "비전문가, 정치인 라인 이사 등 때문에 회사 경영이 차질을 미연에 방지하도록 정관을 변경 해달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분기 배당 주주 이로운 방향 이뤄지도록 시행 ▲이번 매수 자사주 소각 규모 확대 ▲배당 성향 확대·자사주 소각 정례화 등도 요구했다.

박 사장은 "주주님들 포함한 이해관계자들과 새로운 지배구조를 수립하고 정상적 경영 상태가 되도록 혼신의 힘 다하겠다"며 "절차 준수를 위해 (경영 정상화까지) 약 5개월을 예상하지만,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주총회에선 ▲재무제표 승인 ▲정관 일부 변경 ▲이사 보수한도 승인 ▲임원 퇴직금지급 규정 개정 등의 안건만 의결·처리됐다. 강충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표현명 전 롯데렌탈 대표 등에 대한 임기를 1년 연장하는 재선임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이들 사외이사 3명이 주주총회 직전 사퇴하면서 안건이 자동 폐기 됐다.

이로써 KT 이사회에는 김용헌 사외이사 1명만이 남게 됐다. 다만 상법상 이사의 결원 조항으로 인해 이날 사퇴한 사외이사들이 새 이사회 구성까지 임무를 담당할 수 있다. 퇴임이사 자격으로 가능하다. 상법 386조 1항을 보면 ‘법률 또는 정관에서 정한 이사의 원수를 결한 경우에는 임기의 만료 또는 사임으로 인해 퇴임한 이사는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로서의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돼 있다.

이제 공은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대표이사 대행 체제 아래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New Governance 구축 TF’로 넘어가게 됐다. 이 TF는 대표이사·사외이사 선임 절차, 이사회 역할 등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을 추진한다. 향후 이사진 물갈이에 나설 전망이다. 신규 이사회를 꾸리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입장을 대변해온 최대 주주 국민연금이 큰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업IT부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산업IT부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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