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J제일제당 '햇반 전쟁'…길어진 싸움에 협상 '도돌이표'

쿠팡-CJ제일제당 납품 협상 5개월째 공전
경영 불확실성에 수익 포기 어려워
CJ, e커머스와 잇단 맞손…'판로개척' 시각

납품단가와 마진율 등을 놓고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이른바 '햇반 전쟁'이 소모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가격 결정 주도권을 놓고 해마다 있던 유통사와 제조사 간 갈등으로 비춰졌으나 양측의 협상이 해를 넘기면서 당초 예상보다 길어지는 모습이다.

5개월 이어진 갈등…합의점 찾기 쉽지 않아

17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발주 중단 사태 이후 5개월째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사는 쿠팡에 납품할 CJ제일제당 제품의 단가를 놓고 협상을 지속하고 있지만,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앞서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납품 단가와 마진율 등을 놓고 갈등을 벌여왔다. 급기야 쿠팡은 햇반과 비비고 만두, 김치 등을 포함한 CJ제일제당의 인기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인 현재까지도 쿠팡 로켓배송을 통해선 CJ제일제당의 햇반 등 대표 제품 구매가 어려운 상황이다.

CJ제일제당은 쿠팡 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나 이후 일방적으로 상품 발주를 중단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쿠팡은 재계약에 앞서 CJ제일제당이 발주 약속 물량을 납품하지 않아 내린 조치라고 주장한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갈등은 여론전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롯데마트에서도 납품 단가를 두고 의견이 맞지 않아 발주 중단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참조) 롯데마트와 CJ제일제당 등 제조사 간 협의는 약 한 달 만에 원만히 이뤄졌지만, 쿠팡과 CJ제일제당은 좀처럼 의견 합일을 이루지 못하는 중이다.

양측이 팽팽한 힘겨루기를 이어가고 있는 배경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재료 가격 상승과 물류비 등 제반 비용 상승으로 인한 원가 부담이 가중된 측면이 있다.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양측 모두 수익성을 포기할 순 없는 처지에 놓여서다. 최근 정부가 본격적인 가격 인상 제동에 나서면서 수익성 개선 차원의 가격 인상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당초에는 양측 모두 싸움이 길어질수록 득보단 실이 많아 결국 입장차를 좁히고 조만간 타협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발주 중단의 배경을 비롯해 양측의 지향점이 상이한 탓에 갈등이 쉽게 봉합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반사이익 얻은 e커머스…CJ의 활로?

반면 쿠팡과 CJ제일제당의 신경전이 지속되면서 네이버쇼핑, 컬리 등 다른 e커머스업체들은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네이버쇼핑은 '네이버 도착보장' 서비스에서 CJ제일제당의 햇반을 간판 상품으로 내걸었다. 해당 서비스는 주문 데이터, 물류사 재고, 택배사 배송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높은 정확도로 도착일을 보장하는 서비스다. 전날 기준 네이버 실시간 도착 보장 베스트 제품 중엔 CJ제일제당의 햇반(210g) 24개들이와 36개들이가 각각 3위와 5위에 올랐다.

컬리도 CJ제일제당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위한 업무 협약(JBP)을 최근 체결했다. 양사는 신선식품, 가공식품, 가정간편식(HMR) 등 차별화 식품 개발을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CJ제일제당의 상품 기획 시점부터 컬리 상품기획자(MD)가 참여해 연내에 컬리 온리 단독 상품 출시를 진행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이 같은 행보를 쿠팡을 대체할 활로를 찾는 움직임으로 보기도 한다. 갈등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쿠팡 경쟁사와의 접점 확대를 통해 온라인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CJ제일제당 측은 이 같은 시각에 대해선 "이런 일이 없었더라도 다른 플랫폼과 협업은 계획대로 진행됐을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쿠팡도 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란 입장 말고는 최대한 말을 아끼는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e커머스 업계 1위인 쿠팡과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으로선 이미 쉽게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됐다"면서 "다만 양측이 서로에게 필요한 핵심 거래처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어 상황이 극단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햇반 제품 사진.[사진제공=CJ제일제당]

유통경제부 송승윤 기자 kaav@asiae.co.kr유통경제부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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