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톤 대표, 이태원 참사 불법가벽 설치 혐의 부인

테라스 무단 증축 혐의만 인정

불법 건축물을 설치해 ‘이태원 참사’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 해밀톤 호텔 대표 측이 불법으로 가벽을 설치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불법 증축으로 이태원 참사의 피해를 키운 혐의를 받는 이모 해밀톤호텔 대표가 10일 서울 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10시10분 건축법 및 도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모 해밀톤 호텔 대표이사와 호텔운영 법인, 호텔 내 매장 임차인, 인근 주점 대표 등 4명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씨 등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과 주점 프로스트 인근에 불법 구조물을 세웠으며, 도로를 허가없이 점용하고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 않은 혐의 등을 받는다.

이 대표 측은 해밀톤 호텔 뒤편 ‘브론즈’ 주점에 연결된 테라스를 무단 증축한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가벽 불법 설치에 대해서는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참사 골목의 ‘붉은색 가벽’을 불법 설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그가 2018년 2월 해밀톤 호텔 서쪽에 세로 21m, 가로 0.8m, 높이 2.8m의 철제패널 재질의 담장(붉은색 가벽)을 축조한 것으로 봤다. 이 담장은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골목에 붙어 있어 병목현상을 가중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설치물로, 도로를 20㎝ 가량 침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표는 ‘브론즈’에 연결된 테라스를 무단 증축한 혐의도 받는다. 그는 2018년 1월 첫 테라스 무단 증축 이후, 2019년 10월 용산구청으로부터 철거하라는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 대표는 테라스를 철거해 그해 11월5일 구청의 자진 시정 확인을 받아 ‘위법 건축물’로 지정되는 것을 막았지만, 열흘 만에 다시 테라스 형태의 건축물을 무단 증축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장과 연결된 테라스는 경량철골과 유리로 이뤄진 바닥 면적 17.4㎡의 건축물이다. 구청에 신고하지 않고 도로 14.5㎡를 점용해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통행에 지장을 줬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검찰의 주장에 대해 이 대표 측은 가벽 설치를 제외한 테라스 무단 증축 혐의에 대해서만 인정했다. 이 대표 측은 “테라스 증축과 관련한 건축법 위반 등의 혐의를 인정하지만, 영업 활성화를 위해 임차인이 증축을 한 것을 묵인한 것이기 때문에 선처를 부탁한다”며 “붉은 가벽은 실외기 열기가 보행자들에게 닿는 것을 막기 위한 가벽이기 때문에 건축법이 적용되지 않고, 신고 의무도 없다. 건축선을 넘었는지도 불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브론즈’ 대표 안모씨 측은 “공소사실을 전면 인정한다”면서도 검찰의 주장처럼 이 대표와의 공동정범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안씨 측은 “2018년에 해밀톤 호텔로부터 음식점을 현재 상태 그대로 인수받아 운영했다”며 “구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코로나19로 재정상태가 좋지 않아 철거 대신 이행강제금을 납부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안씨가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면 계속 영업해도 되는구나’란 안일한 생각을 가졌다. 양형에 반영해 달라”고 덧붙였다.

재판에 출석한 호텔 인근 주점 프로스트 대표 박모씨는 건축법과 도로법 위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한편 이씨 등에 대한 다음 재판은 내달 5일 오전 10시40분에 열린다.

사회부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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