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이재명 '성남시 유산’이 낳은 비극들

성남시 분당구 백현로 26. 판교신도시의 맨 아랫자락쯤 되는 곳이다. 대로를 건너 의왕시 방향으로 걷다 보면 남서울CC로 향하는 샛길을 만난다. 골프장을 가로질러 야트막한 야산을 넘으면 용인시 고기동이다. 5㎞ 남짓, 걸어서도 한 시간 정도면 넉넉히 닿는 거리다.

이 짧은 길을 거론한 것은 이곳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 시절 남긴 3개의 유산이 자리 잡고 있어서다. 백현로 26에 최근 지어진 ‘더블트리힐튼호텔’. 백현동의 '판교더샵퍼스트파크’ 아파트, 그리고 ‘판교대장지구’다. 판교대장지구와 백현동 아파트는 헌정 사장 처음으로 야당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표결의 빌미가 된 곳이다.

이 대표를 둘러싼 다툼은 법정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문제니 논외로 하자. 다만 이 세 유산을 마주하면서 예외 없이 드는 생각이 있다. ‘왜 하필 여기에…’라는 의문이다.

호텔의 입지는 의아하다. 바로 앞으로 경부고속도로가 지나고 주변은 허허벌판이다. 주변과 연결될만한 버스 노선조차 없는 외진진 곳이다. 백현동 아파트도 주변이 숲으로 둘러싸인 나홀로 단지다. 단지 앞 도로를 따라가면 남서울CC, 그마저도 골프장을 지나면 길은 사유지인 고급주택가에 막힌다. 판교대장지구 역시 섬 같은 입지다. 판교로 가려면 터널을 지나야 하고 분당신도시로 가는 길엔 낙생저수지라는 꽤 큰 저수지가 있다.

이런 생뚱맞음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바로 굳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하기 힘든, 비상식적인 도시계획 변경이다. 녹지지역이었던 백현로 26은 하루아침에 상업지역으로, 역시 녹지지역이었던 백현동 부지는 준주거지역으로 탈바꿈했다. 녹지지역 한가운데 상업지역과 준주거지역, 어울릴 리 만무다.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해 토지의 용도를 정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조차 고려하지 않은 난개발이다.

이 대표는 개발이익을 환수해 공공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본질은 거기에 있지 않다. 일반적 상식을 벗어난 용도변경이 없었으면 개발이익 환수를 둘러싼 논란의 여지도, 도시의 난개발을 초래할 이유도 없었다.

일반적인 도시계획에서는 웬만한 단 한단계의 종 상향도 만만치 않다. 하물며 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이나 상업지역으로의 4~5단계 종 상향이라니. 천지개벽 수준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 대표와 주변 인물들의 수사 과정에서 불행한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상식을 벗어난 인허가 과정에 직접적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했던 인물들은 진실 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법은 최종적인 의사결정자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장이다.

대가가 있었든 없었든, 또는 얼마나 이익을 환수했는지 따지기 전에 그 자체로 이 대표의 유산들은 ‘특혜’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의 유산들은 그가 상식과는 괴리가 있는 행정가였음을 말한다. 그 비상식은 창조보다는 파괴에 가깝다.

편집국 정두환 정치사회부문 조사팀 콘텐츠매니저 dhjung69@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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