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브레이크 안밟으면 충돌' 中 외교부장의 작심비판(종합)

대만문제 묻자 준비한 듯 헌법 꺼내 설명
'전랑외교' 언급엔 "레토릭일 뿐"

친강 중국 외교부장이 압박 일변도의 대중국 정책을 고수하는 미국을 향해 "멈추지 않으면 재앙적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했다. 부임 후 처음 진행된 기자회견이었지만 그는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며 미국의 외교 노선을 작심 비판했다.

친 부장은 7일 중국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만약 미국 측이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잘못된 길을 따라 폭주하면 아무리 많은 가드레일이 있어도 탈선과 전복을 막을 수 없고, 필연적으로 충돌과 대항에 빠져들 것"이라며 "그 재앙적인 결과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친강 중국 외교 부장이 7일 중국 베이징 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된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만 해협에서의 미·중 군사 충돌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답하면서 미리 준비한 중국 헌법책자를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중국 CCTV 캡처)

친 부장은 미·중 관계가 악화했던 2021년 7월 주미대사에 임명된 바 있으며, 지난해 말 외교부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간 강경한 대미 발언을 이어오며 중국 ‘전랑(늑대) 외교’의 상징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110분간 시종일관 美에 견제구

친 부장은 이날 110분간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시종일관 여유 있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대미 관계에 대한 질문에는 날 선 표현을 쏟아냈다. 정찰 풍선 문제에 대한 미 언론의 질문에 그는 "불가항력적으로 일어난 우발적인 의외의 사건"이라며 "미국도 현실적인 위협이 아닌 것으로 인식했지만, 무력을 남용했고 피할 수 있었던 외교 위기를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단추를 잘못 끼운 미국의 대중국 정책은 합리적이고 건전한 바른 궤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며 "미국이 말하는 경쟁은 사실상 전방위적 억제와 탄압이며, '네가 죽어야 내가 산다'는 제로섬 게임"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미국이 이른바 중·미관계에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충돌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중국의 반격을 막고 있다"고 설명하며, 앞서 말한 '재앙적 결과'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미국을 반칙하는 운동선수에 비유하며 "올림픽 육상경기에서 늘 상대 선수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심지어 상대 선수를 패럴림픽에 출전하게 만든다면 이는 공평한 경쟁이 아닌 악의적 대항"이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자유와 개방을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패거리를 만들고, 각종 폐쇄적이고 배타적 울타리를 만들며, 지역 안보를 수호한다면서 실제로는 대항을 유발하고 아·태판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를 획책한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최근 악화한 미·중 관계에 대해서도 미국에 책임을 돌리며 중국 측은 평화적 발전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평화와 공존, 상호 존중, 협력의 원칙을 견지하고 미·중 관계의 건전한 발전을 추구할 것"이라면서 "미국은 냉전적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중국과 함께 올바른 길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의 탄압이 중국의 부상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미·중 관계는 국내 정치가 아닌 공동의 이익에 기초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대만 문제 묻자 "물어볼 줄 알았다"…韓 언급은 無

대만 해협에서 미·중 간 군사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내신 기자의 질문이 나오자 그는 "질문이 나올 줄 알았다"며 붉은색 헌법 책자를 꺼내 들었다. 이어 보란 듯이 책자를 펴고는 "대만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신성한 영토의 일부다. 조국 통일의 대업을 완성하는 것은 대만 동포를 포함한 전 인민의 신성한 책무"라며 관련 헌법을 읽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차 천명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던 셈이다. 그는 "대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중국인의 몫이며, 어떤 외세도 간섭할 권리가 없다"면서 "최근 미국 고위 관리들의 간섭에 우리는 단호히 반대하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향후 대러 무기 지원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충돌의 어느 일방에도 무기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과거형'으로 답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러시아 방문 계획에 대해선 "정상 간의 왕래는 중러 관계의 나침반이자 잣대"라며 즉답을 피했다. 중러 관계에 대해서는 "동맹을 맺지 않고, 대항을 하지 않고, 제3자를 겨냥하지 않는 기초 위에서 세계 어느 국가에도 위협이 되지 않으며, 어느 제3자의 간섭과 도발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럽과의 관계를 두고는 "중국과 유럽의 교류는 전적으로 서로의 전략적 이익에 기초해 독립적으로 선택한 것"이라며 "중국과 유럽의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지 않으며, 제3자에게 의존하거나 구속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세가 어떻게 전개되든 중국은 항상 유럽연합(EU)을 전면적 전략 파트너로 간주하고 유럽 통합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외 외교 스타일이 다소 부드러워졌다며 '전랑 외교' 노선에 변화가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이른바 전랑 외교는 일종의 레토릭"이라면서 "이 말을 만든 사람들은 중국과 중국의 외교를 이해하지 못했거나, 사실을 무시하고 숨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에서 친 부장은 중국 중앙(CC)TV, 신화통신, 인민일보, 봉황TV,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매체 7곳과 미 NBC방송, 러시아 타스통신, 프랑스 AFP통신, 일본 NHK방송 등의 질문을 받아 답했다. 반면 한국 매체의 질문은 받지 않았으며, 그 결과 한·중 또는 대북 관계 관련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국제1팀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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