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정기자
엘살바도르 정부가 지난달 새로 지은 초대형 감옥에 갱단원 2000명을 한꺼번에 이감했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지 디아리오엘살바도르는 정부가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 사이 이살코 교도소에 있던 'MS-13(마라 살바트루차)' 등 19개 갱단 소속 폭력배 2000명을 한 번에 테러범수용센터(CECOT·세코트)로 옮겨 가뒀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이들은 지난달 31일 문을 연 세코트의 첫 수감자 집단이 됐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직접 올린 갱단원들의 이감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이들의 이감은 특급작전을 방불케 했다. 죄수들은 흰 반바지처럼 생긴 얇은 속옷 하나만을 걸친 맨몸으로 뒷짐 진 손에 수갑을 찬 채 차량에 탑승해 세코트로 이동했으며, 세코트에 도착한 후에는 머리에 깍지 낀 손을 올리고 재빠르게 뛰어 대열을 갖추고 방 배정 차례를 기다렸다.
테콜루카 인근 외딴 지역 165만㎡에 달하는 부지에 건물 면적 23만㎡ 규모로 지어진 세코트는 한꺼번에 4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중남미 대륙 최대 규모의 교도소로 알려졌다. 부지 면적만 보더라도 서울 윤중로 둑 안쪽 여의도 면적인 290만㎡의 절반을 넘어선다. 이곳은 죄수들이 쉽게 빠져나갈 수 없도록 11ｍ 넘는 콘크리트 벽을 갖추고 있으며, 전기 울타리와 19개의 망루, 전신·소포 스캐너 등 시설도 설치됐다. 또 850여명의 군·경 인력이 경비견 등과 함께 철통 보안을 책임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엘살바도르 테콜루카 테러범수용센터에 이감된 갱단원들이 대기하고 있다.[사진출처=AFP 연합뉴스]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곳은 그들의 새집이 될 것"이라며 "그곳에서 지내게 될 이들은 더는 국민에게 해를 끼칠 수 없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지난해 3월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조직폭력배에 대한 강도 높은 소탕 작전을 펼치고 있다.
구스타보 비야토로 법무·공공안전부 장관도 세코트에 대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국민 12만명을 위한 정의의 기념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비열한 범죄자, 당신들은 세코트에서 다시는 나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엘살바도르에서 지난 1년 새 체포된 갱단 조직원들은 6만40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켈레 정부는 법령을 손보면서까지 이들을 소탕 중이다. 현재 엘살바도르에서는 영장 없이도 갱단원을 체포할 수 있고 갱단 가입만으로도 중형을 선고할 수 있다. 비야토로 장관은 "2012∼2022년 10년 동안 그들이 저지른 모든 범죄에 대해 응당한 형이 선고될 것"이라며 "우리 사회에 있는 암 덩어리 세포를 하나하나 제거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