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령기자
[부산=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 후보들의 신경전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특히 책임당원이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인 부·울·경(부산·울산·경산)에서는 당심을 잡기 위한 후보들의 입이 더욱 거칠어졌다.
안철수 당대표 후보는 14일 오후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 부울경 합동연설회에서 "당대표 후보라면, 탄핵 운운하며 흑색선전으로 당의 분열과 위기를 조장하면 안 된다"며 "그런 사람은 당대표 후보 자격이 없다"고 밝혔다. 대통령 탄핵 발언을 꺼낸 김기현 후보를 직격한 것이다.
이어 "어떻게 내년 총선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 자기 비전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며 "자기 비전 하나 없이 어딘가에 기대고 얹혀가려는 후보가 어떻게 총선 승리를 이끌 수 있나"라고 강조했다. 이 또한 김 후보를 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후보는 장제원 의원과의 이른바 '김장연대'에 이어 나경원 전 의원과의 '김나연대'를 이뤘다. 이날 오전에는 당대표 후보로 나섰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조경태 의원과의 '김조연대'까지 이끌어낸 상황이다.
안 후보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와 조 의원의 연대에 "이번 선거 당대표 판단 기준은 단 하나인데 누가 한 표라도 내년 총선에서 더 가져올 수 있는지다"라며 "그거 말고 비윤이라든지 친윤이라든지 연대라든지 이런 것들은 쓸데 없다"고 꼬집었다.
김 후보도 반격에 나섰다. 김 후보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 당이 당내 대통합을 해야 한다"며 "우리 당은 소수당이며 개인플레이를 해서는 못 이긴다"라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연설 이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를 원맨 플레이로 하는 건 위험하다"며 "정당은 무리가 모이는 거고, 무리가 하는 거지 개인 플레이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안 후보의 말을 맞받아쳤다.
안 후보가 '줏대 없다'고 김 후보를 비판한 데 대해서는 "집권당 대표는 당대표가 줏대 세우는 게 아니라 국민 줏대를 세워드리고 당원 줏대를 세워드리는 자리"라고 반박했다.
천하람 후보는 '윤핵관'(윤석열 측 핵심 관계자)들을 놓고 '간신배'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천 후보는 "(임진왜란 때) 왕과 함께 의주로 도망갔던 호성공신 명단을 보면 믿기 어려운 이름들이 나온다. 단지 왕의 옆자리를 지켰다는 이유로 간신배, 말단 문관, 내시의 이름이 등장한다"며 "공신의 자리를 왕의 비위만 맞추던 소위 윤핵관들이 차지하고 있다. 이런 결과는 공정하지도 상식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후보들의 신경전만큼 지지자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이날 행사가 열린 부산항 국제전시컨벤션센터는 국민의힘 당원들로 가득 찼다. 행사장 내부에 의자 2000개가 준비됐지만, 국민의힘 측 추산 5000명이 참석하는 바람에 절반 이상이 행사장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밖에서 응원전을 펼쳤다.
높은 지지율을 입증하듯 김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자들이 가장 눈에 띄었다. 안 후보 지지자들은 뒷면에 '170V 안철수', 앞면에 '총선압승 안철수'가 적힌 야구점퍼를 입고 응원에 나섰다. 노란색과 분홍색 막대풍선을 치는 한편, 박자에 맞춰 북을 두드리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플래카드와 현수막에는 '부산의 아들 안철수가 딱이야!', '유능하고 깨끗한 안철수',등의 글귀가 담겼다. 일부 지지자는 안 후보 얼굴의 가면을 쓰기도 했다.
김 후보 지지자들도 화력을 자랑했다. 이들은 행사장 안과 밖에서 "김기현"을 가장 크게 외쳤다. 특히 행사장 바로 앞 통로 양쪽에서 현수막을 들고 응원을 이어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현수막과 플래카드에는 '미래희망 김기현', '당원의 힘! 김기현', '이기는 김기현 당당한 국민의힘' 등이 적혀 있었다.
천 후보 지지자들은 '거부할 수 없는 개혁 천.아.용.인'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사랑한다 당원", "사랑한다 국민" 등의 가사가 담긴 응원가를 불렀다.
황교안 후보 지지자들은 풍물패 연주에 맞춰 "황교안 당대표"를 강조했다. 신나는 분위기 속 황 후보 지지자들은 춤을 추면서 '황교안을 당대표로!'라는 글귀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기도 했다.
한편, 부울경 선거인단은 대구·경북(TK) 21.03%, 경기 18.71%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18.64%다.